[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금융시장이 연초부터 불안하다. 시작은 중국시장이었다. 특별한 이슈 없이 시장이 폭락하였다. 전문가들은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그게 맞는 것인지는 모른다. 사후적으로 그럴싸하게 보일 뿐이다. 그만큼 금융시장은 복잡한 변수들의 덩어리이다.

뒤이어 잘 버티던 선진국시장이 요동을 쳤다. 선진국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양적완화에 의해 장기간 성장하고 있던 터라, 금년 들어 발생한 불안감이 더욱 신경 쓰인다.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앞두고 기조가 바뀌는 것이라면, 그 동안 맹신하고 따랐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신뢰가 위태롭다.

우리나라는 몇 년 간 박스권에 갇혀 있어서 별 재미를 못 보던 터라, 처음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대내외 상황이 예상 밖으로 심각하자 대표적인 변동성 지표인 VKOSPI가 상승하고,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모두들 사태의 원인을 '유가'에서 찾는 듯하다. 뭔가 희생양을 만들어야 되니까. 그런데 과연 유가가 문제일까. 물론 유가와 관련된 기업과 산업은 직접적인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가 하락으로 이익을 보는 부문도 감안하면 과도한 몰아붙임이다. 시간이 지나고 정확한 분석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작금의 금융 불안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그 동안 몇 년 간에 걸쳐 단행된 전 세계 통화 팽창에 대한 피로감을 들 수 있다. 아직도 EU와 일본은 적극적인 통화 팽창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풀린 화폐가 제대로 갈 곳으로 가지 않고, 일정한 부문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 한 번 풀린 화폐는 언젠가는 거둬들여야 한다. 그 때는 긴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둘째,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부족하고 공급이 넘친다. 대표적으로 수요가 가장 많은 중국이 비실거리고 있다. 원유 등 상품 가격 하락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이지만, 그 전에 수요 부족이라는 심각한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셋째, 각 세력들 간에 비경제적인 갈등이 첨예화 되고 있다. 이는 불안 지수를 상당히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금융시장은 일정 수준까지 영향을 덜 받지만, 임계치를 넘어가면 과도하게 반영된다. 미국과 중국의 G2 전쟁이 군사적으로 표면화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에서 실익을 얻기 위한 다툼이라고 보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외환보유고와 환율에 대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다. 상대방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군사적인 대립으로 표출되고 있다.

문제는 주요국의 수출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도 눈에 띄게 수출이 줄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는 어려움이 가중된다. 각자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하여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 된다면 피해를 입을 국가가 누구인지는 자명하다.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불안은 쉽게 전염되고 금융시장은 예민하다. 또, 금융시장은 모든 현상을 반영하는 지표이기에 주도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연초부터 발생한 불안정한 정세가 진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 투자자 입장에서는 늘 위기와 기회는 반복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인간의 심리가 반영된 금융시장은 불가피하게 주기적이라고 할 만큼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작은 파동에서부터 큰 파동에 이르기까지. 이를 알아보는 혜안과 실력을 갖추는 것만이 최대의 방어라 할 수 있다. 개방경제하에서 금융 실력은 나라의 부와 직결된다. 해외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환율은 일상적으로 개인과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안한 금융시장에 부화뇌동하기 보다는, 차분한 자세로 앞날을 예견해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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