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복고(復古)바람이 불고 있다. 80년대, 90년대의 감성을 새롭게 해석한 인테리어와 패션이 레트로(retro)라는 이름아래 유행의 대세가 되고 있고, 음악 등의 예술계에서도 과거의 것에 대한 재해석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탈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한 과거에의 회상, 옛추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반증이 아닐까.

복고열풍의 핵심은 우리만의 '정서'다. 가장 한국적인 것, 가장 우리 몸에 체화되어 자연스러운 것, 그렇기에 숨쉬듯 편안하고 의식되지 않는 것. 식품이라는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식품을 둘러싼 껍데기는 시대조류에 따라 변화해 왔지만, 그 핵심은 단연 '우리 것'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굳이 우리 몸에 좋은 어떤 성분이 있는 지 따지지 않더라도, 어떻게 조리하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 지 복잡한 예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몸은 우리 몸에 좋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정신이다.

일찍이 동의보감에서 '사람의 살은 땅의 흙과 같다'고 했듯이 사람의 육체는 그 사람이 태어난 고장의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자기가 태어난 고장에서 길러지는 채소 같은 식재료를 즐겨먹는 것이 우리 몸에 가장 좋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실제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는 사실이다.

에스키모의 뜻은 '날고기를 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에스키모인들이 주식으로 등푸른 생선이나 물개만 잡아먹기 때문에 지어진 별칭이다. 에스키모인들의 거주지에서는 야채나 과일은 구할 수도 없기에 주변에서 구할 수 있었던 생선과 물개만 먹고 살았지만, 특이하게도 에스키모인들은 심장병이나 동맥경화에 거의 걸리지 않았다. 심혈관계질환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육식을 지목하고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 육식만 하는 에스키모인들이 심혈관계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운 이유도 육식에서 찾았다. 이들의 주식인 등푸른 생선에 풍부하게 함유된 오메가3라는 불포화 지방산이 심장을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겨울이 길고 추운 몽골지방에서도 전통요리는 거의 낙농식품과 동물고기로 이뤄진다. '고기는 인간이 먹는 것이고, 식물은 가축이 먹는 것'이라는 몽골의 전통에 따라 야채와 과일은 물론 수산물 조차도 혐오식품 취급을 받고 있고, 산업화사회에서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성인병의 근원인 동물성 지방이 필수적인 보양식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고기 뿐만 아니라 고기를 둘러싼 지방과 피까지, 긴 추위를 버티고 유목업의 힘든 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이 동물성 지방이다.

이러하듯 문화적인 차이라고 말하는 것이 결국은 환경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이고, 제작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모여져서 결국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신토불이 운동이 일본으로 건너가 지산지소운동의 모티브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지산지소(地産地消)란, 일본의 건강식 운동 철학의 하나로 한자를 풀이하면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이다. 4리8방(거리단위로, 16㎞에 해당) 이내에서 키운 것을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일본의 민간전래 속설을 일컫는 말로, 일본인의 풍토에 가장 잘 맞는 일본의 식(食)과 농(農)으로 돌아가자는 식문화개선운동의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장려되고 있다.

거창한 이념이나 아젠다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대면접촉을 통한 신뢰할 수 있는 식품을 강조했으며, 신뢰가 기반이 된 사회적 연대로 확장을 해 일본사회에 내고장사랑운동의 차원에서 내고장식품 애호정신을 심어주는 계기를 만들어주어 일본 전역에 파머스마켓(농산물직판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학교와 식당 등 단체급식에까지 영역이 확장되었으며, 농가민박과 농촌체험 등 그린투어리즘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밥상에 올리고 산과 들에서 직접 열매를 따서 먹기는 힘든 환경이지만, 그래도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 자란 것인지 확인할 수는 있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몇 년후 당신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했다. 무엇을 먹을 지, 어떻게 먹을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어디서 자란 음식을 먹을지를 먼저 고민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신토불이 정신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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