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흔히 '청주'를 교육의 도시라고도 하고 공예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2014년 유네스코 통계를 보면,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0%대로 세계3위를 자랑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가 교육의 기회에 있어서만큼은 풍요로워 보이지만 현실은 대학과 대학원을 나와도 취업문 통과는 바늘구멍이다. '대학만 들어가면 미래가 보장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필자의 대학시절은 포기 없는 도전과 미래를 열어가는 상상력 속에서 젊음을 누렸다. 적은 월급으로는 집 장만하는 것이 어렵긴 했으나 연애나 결혼 출산은 물론,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필자의 사무실 가까이 청주대가 있고 주변을 안덕벌 예술의 거리라 부른다. 그런데 이 예술대학에 섬유디자인학과가 없어진다고 한다. 청주시가 지향하는 공예의 도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세계적 문화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허탈함을 느낀다.

영남의 문화도시라 자랑하는 부산의 신라대학에는 무용학과가 없어지고 '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경기도의 대학에서도 도자와 관련한 학과를 없애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취업률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로는 주거와 일자리가 보장되며 안정적이고 유연한 삶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일 것이다. 필자가 예술대학에 입학할 70년대만 해도 예술로는 밥 먹고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시대였다. 이제는 예술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전공 분야가 쓰임새 없이 천대받는다. 지금도 필자는 청주의 많은 청년들이 기회와 일자리 부족으로 청주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0년 후 청주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생명문화중심도시가 될 것을 상상해보자. 결코 뜬구름 잡는 생각이 아니라 뜬구름 잡는 상상이 청주를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다만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과 방법이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필자가 일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청년 '창직과 창업'을 주도해나갈 꿈을 디자인하는 드림디자인 스테이션(Dream Design Station)의 문을 열고자 한다.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여 현재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바로 드림디자인 스테이션이다.

직업이 없으면 문화도 없으며, 문화가 없는 곳에는 사랑도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화, 기회, 일자리라 한다. 청주에서는 이 3가지를 절대 포기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청년들이 꿈꾸어야 할 일은 개척이며 도전이다.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지도 않으며, 민주주의의 질적 성장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시민성에 대한 성찰과 함께 직접 지역과 국가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고 있다. 청년들은 늘 복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살면서 무언가를 욕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적도 없었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소통, 융합, 공감, 협동, 공유, 지속가능성, 열린 교육 등으로 나타나야 한다. 성별, 인종, 종교, 계층, 세대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상상력의 확장'이 필요하다.

우리의 개발 중심적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물질 이외의 가치를 상실시켰다. 가치 상실의 시대는 부가 편중되고 불균형적으로 분배되었으며 자연생태계를 중심으로 환경 파괴를 가져왔다. 우리사회는 "미래세대가 그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반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성장 패러다임으로부터 비롯된 경쟁·속도·규모의 경제 중심사회가 만들어낸 양극화, 생태계 파괴, 공동체 붕괴를 해결하는 것은 개별 사안의 일부를 개선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성장이아니라 발전으로, 지속 불가능이 지속가능으로 변화할 때 정신의 가치가 복원되고 불합리의 구조가 치유될 것이다.

청년들이 바라는 궁극적 목표는 경제적 만족이 아니라 행복의 추구이며,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물질적 복지를 넘어 '생태친화적이며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서로의 가치를 전수받고 전수하면서 살아가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끝으로,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여 현재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바로 '청주 드림디자인 스테이션'이다. 덧붙여, 건강한 대안적 삶을 통해 청년들 스스로 사회를 재구성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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