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성 갖춘 철도교통 요충지 미래 향해 '기적' 울린다

하늘에서 본 제천조차장역 일대./ 박영기 사진작가 제공

제천시가 철도박물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충북도는 지난 16일 제천시가 제출한 유치신청서를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제천시가 제시한 후보지는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과 인접한 조차장역 인근 46만1천966㎡ 터다. 도는 지난 2014년 청주시 오송읍을 단수 후보지로 신청했으나, 최근 윤홍창 충북도의원(제천1)이 도정질문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자 추가 신청의 길을 열어줬다.

제천시에 왜 철도박물관이 들어서야하는지 궁금해졌다. 윤홍창 도의원, 김완식 (사)철우회 제천지회장, 민장기 제천시관광협의회장을 만나 당위성에 대해 들어봤다.

윤홍창 충북도의원

◆ 윤홍창 도의원은 '제천이 조국근대화의 핵심역할을 수행한 만큼, 국가가 이제 제천에 응답해야한다'고 운을 뗐다.

제천은 1941년 중앙선 개통 이후 1960∼1970년대 충북선, 중앙선, 태백선이 교차하는 철도교통의 요충지로 성장발전했다.

당시 시멘트, 석탄, 목재 등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물자의 70%를 철로로 수송, 제천 철도의 역사가 없이는 조국 근대화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또 동양 최대의 열차 조차장역을 보유한 것도 이점이다. 제천 조차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돌방입환(突放入換·Push and Pull Shunting)이 이뤄지는 곳이다. 돌방입환은 달리는 열차를 갑자기 정지시키면서 객차와 화차를 분리, 동력없이 원하는 곳까지 빠르게 이동시키는 기술이다.

제천은 1972년 국내 최초로 전기기관차를 출발시킨 역사적인 곳이다. 따라서 근대 철도의 역사적 현장으로서 당연히 보존해야할 가치가 크다.

윤 도의원은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제천 입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제천역과 제천조자장역의 기능과 역할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도 1천억원에서 5천억원이 투자되는 대상지가 돼야 한다"며 "국가가 태백시에 강원랜드를 만든 것 처럼 제천에 철도박물관을 건설해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빨리 민·관을 망라해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새마을회, 이통장협의회, 자원봉사센터 등 직능단체가 모여 국토부를 찾아가는 등 전방위적 활동에 나서자"며 "대의기관인 시의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다른 지역보다 늦은 만큼 몇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식 철우회 제천지회장

◆ 김완식 철우회 제천지회장은 자리에 앉자 곧바로 '약무제천 시무선진국(若無堤川, 是無先進國)이란 말을 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호남의 중요성을 표현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를 빌려쓴 조어였다.

'만약 제천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오늘 같이 잘사는 국가가 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27살이던 1967년 제천기관차사무소 기관조사로 발령받은 뒤 32년간 기관사로 봉직한 제천철도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1956년 미군이 사용하던 디젤기관차 4대를 들여와 제천에서 풍기·죽령운행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철도의 발상지는 바로 제천이다."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고 시멘트 산업을 활성화시킨 이면에 철도가 있다"고 했다.

무연탄 파동, 소고기 파동, 시멘트 파동 등을 극복하는데 기여한 일화까지 소개했다. 그는 "각종 파동이 일어나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아 제천∼서빙고역까지 특급열차도 세워놓고 운행하는 '직결수송'을 했다"며 "40량 정도를 싣고가면 그것이 5톤트럭으로 250대 분량인데, 볼일도 못보고 밤샘작업에 나섰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은 이미 몇년전부터 제천에 철도박물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다면 시비를 들이거나 모금운동을 통해서도 짓자고 했다. 조국근대화의 발상지로서 후세에 제천의 철도역사를 전할 수 있는 기념물 조성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이다. 자치단체와 교육당국은 제천의 철도역사를 후세에 가르치는 일에도 관심을 쏟아야한다고 주문했다.

민장기 제천시관광협의회장

◆ 민장기 제천시관광협의회장은 통일 이후 유라시아 철도와 연결될 때 제천을 한국철도의 출발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역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0월초 제천시에서 열린 제천-신림간 폐철도에 조성할 레이바이크사업 용역 중간보고회때 철도박물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남북의 철도가 복원되고 유라시아철도와 연결될때 제천에 철도박물관이 있다면 수천억원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미래 문화관광산업의 플랫폼으로 철도박물관처럼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농경문화의 발상지인 의림지, 시멘트·석탄 등 물류중심지로서의 철도, 주거문화의 원형 점말동굴 등 제천의 역사를 보면 모든 것의 시원이었다"며 "철도박물관 프로젝트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으로 미래 제천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민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도인 새크라멘토(Sacramento)에 철도박물관이 있다"며 "서부지역을 개발할 때 물류의 중심지였던 새크라멘토에 지은 것 처럼 제천에 철도박물관을 건설하고, 유라시아 철도로 뻗어갈 때 제천이 시발점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차장역과 차량정비단 등 주요 국가 철도시설 10개가 제천에 있는 곳, 역사적 스토리가 살아있는 제천은 철도박물관 입지의 당위성을 갖고 있다"며 "국가가 천문학적 액수를 들여 조성하는 만큼 철도박물관 입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환 / 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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