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인공지능에 의해 야기된 '3월의 광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온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광풍이 휩쓸고 간 뒤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알파고는 예상보다 강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인간 이세돌 9단이 대국에서 졌다는 것보다도 알파고가 인간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겼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처음에는 알파고의 착점에 바둑 고수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것이 신의 한수로 밝혀졌다.

우리 모두의 불안은 여기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자기학습 강화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공상과학영화를 떠올리면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빌 게이츠, 스티븐 호킹, 엘론 머스크 등 세계 최고 두뇌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경고가 공포심을 배가시켰을 것이다.

여전히 인공지능이 열어나갈 미래에 대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간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초대형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 AI'가 설립됐다. 전체 인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친절한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바둑 대국이 우리에게 사고의 전환점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는 대결보다 공존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우선 인공지능과 충북의 대표산업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2014년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은 이어서 구글딥마인드헬스(Google Deepmind Health)를 설립하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 등은 다음 부상 업종으로 자율주행차를 꼽는다.

뇌를 모방한 반도체 칩도 주목받고 있다. 충북의 대표산업군 중에서 바이오의약, 의료기기, 지능형 자동차부품(동력기반기계 및 전기전자부품), 반도체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는 데미스 하사비스가 영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간에 벌어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승부는 2년 전 예정된 일이었다. 딥마인드 인수전에서 구글이 페이스북을 이겼기 때문이다.

구글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업으로 등극하는 결정적 계기를 딥마인드가 마련해준 셈이다. 작지만 잠재력 있는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 토대로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기반 점검도 필수적이다.

지역문화와의 접목도 필요하다. 바둑은 한·중·일 중심의 동양문화다. 이번 대국이 베이징이나 도쿄가 아니라 서울에서 열린 것은 이세돌이라는 특출난 기사가 있기에 가능했다.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와 딥마인드가 소재한 런던은 8600여km 떨어져 있다. 서울과 이들 지역 간 거리도 비슷하다.

이러한 공간적 간극을 뛰어넘고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전 세계 미디어와 네티즌을 사로잡은 글로벌 삼각 이벤트였다. 전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역 문화콘텐츠를 발굴한다면 이 같은 장소마케팅은 언제든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알파고가 던진 첫 번째 과제는 SW 인재 육성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연구개발센터를 찾아 인공지능 분야의 현황 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들은 얘기는 인공지능 분야 인력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었다. 삼성과 LG의 인공지능 연구자는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딥러닝을 통해 강화학습을 하는 현 인공지능의 목전에서 창의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알파고는 동서양이 망라된 드림팀의 작품이다. 인공지능은 글로벌 연구와 학문적 융합의 산물이다. 컴퓨팅 파워,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 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월드클래스급 지역인재를 키우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다. 결국 사람·인재 문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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