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프로이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어렸을 때는 똥을 좋아하지만, 커서는 돈을 좋아한다고. 맞다.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 돈이 어떤 때는 귀하게 다뤄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지나가는 강아지보다 못하게 푸대접을 받는다. 요즘 우리나라는 돈의 수난시대다. 아니 세계적인 현상이라 해도 괜찮다.

일본과 유럽 몇몇의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기는커녕 원금이 깎여서 돌려받는다. 돈을 맡아줘야 할 은행이 돈을 마다하고, 돈을 가지고 온 고객에게 되레 큰 소리를 친다.

별로 가치도 없는 돈을 맡아주었으니 보관료라도 내라고 한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집에 금고를 사놓고 돈을 보관하자니, 금고 살 돈도 들어가고 마음도 불안하다. 이런 현상은 어디다 돈을 투자해봐야 마땅하게 이윤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행마저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우리 주변에도 흔한 예가 있다. 집을 빌려주며 큰 돈(전세금)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차라리 작은 돈(월세)이라도 내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을 좋아한다. 큰 돈 받아다가 은행에 넣어봐야 이자가 몇 푼 되지 않는다. 은행에 십억 원을 넣어놓으면 세금 제외하고 이자가 얼마나 될까? 대충 한 달에 백만 원 정도라고 하면, 십 억 가진 사람이나 시간제 일자리로 한 달에 백만 원 정도 버는 사람이나 실질소득은 다를 게 없다. 이만하면 돈이 서러울 만 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탓이 크다. 큰 집에서 난리가 났으니, 이를 해결하려고 막강한 힘을 이용하여 돈을 마구 찍어냈다.

다른 나라도 큰 집을 따라 돈을 늘렸다. 몇 년 사이에 돈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처럼 흘러 넘쳤다. 사람들은 넘쳐나는 돈에 치어 돈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돈을 깔보는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수백 년 전 유럽에서 머리 좋고 탐욕스런 존로(John Law)라는 사람이, 지폐를 마구 찍어내어 아무도 돈을 대접해주지 않은 일이 있었다. 항상 이런 일에는 엄청난 투기와 거품(버블)이 병행한다. 적당하게 화폐 발행을 늘리면 처음에는 선순환이 되어 모든 부분이 활성화 되지만, 적당을 넘어서 탐욕이 개입하는 순간 거품이 낀다. 거품은 단순하다. 생산능력보다 과도하게 화폐가 넘쳐나면 거품이요 허상이 되는 것이다.

거품 뒤에는 엄청난 고통이 기다린다. 돈이 신경질을 부려 서서히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살이 찐 사람이 다이어트 할 때와 같은 고통이다. 혈압도 높아져 있고 콜레스트롤도 올라가 있는 몸을 정상화하려면, 살을 뺄 수 밖에 없다. 고통을 이기기 위해 일정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허약한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고 만다.

이제 돈이 신경질을 부릴 때가 되었다. 그나마 경기가 괜찮은 미국은 반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아무래도 큰 집의 곳간이 넉넉해져야 인심이 두루 전파될 것이다.

그럼 도대체 우리 나라는 언제쯤이나 온기가 돌까. 이십 년이 넘도록 돈이 맥을 못 추는 이웃 나라 일본을 보니 덜컥 겁이 난다. 보아하니 모양새도 일본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쯤 해서 늙음을 인정하고 돈의 전성시대는 오지 않는다고 체념해야 하는 걸까. 인정하기가 싫고 거북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최소한 지난날의 젊음이 되돌아 오는 것은 접어야 할 듯하다.

그럼 남은 건 뭔가. 더 늙지 않도록 운동하고 채식하다 보면, 이전만큼은 아니라도 돈이 대접받을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꾸준히 체질개선하고 인내해야 한다. 돈의 수난을 조기에 종료하는 그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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