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롤프 도벨리는 '스마트한 생각들'이란 저서에서 생각의 오류를 이야기 한다. 그는 '화가 변하여 복이 된다.'는 전화위복은 인간이 갖는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이 갖는 수많은 생각들을 합리와 불합리로 정의하면서 살아가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도벨리의 스마트한 생각과 같이 대표할 만한 생각의 오류를 정정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크다. 특히 생각의 오류를 피해가고자 합리화시키게 된다면 스스로를 속이게 될 수도 있다. 가령 위기를 기회라고 하지만 위기가 갖는 기회의 본질을 모르면 기회가 되지 않는다.

언젠가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세계경제의 위기를 설명하면서 위기(危機)라는 한자(漢字)에 대해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틀림이 없다. 그리고 기회(機會) 또한 허위, 거짓의 기(機)가 모여 위기가 될 수 있다. 즉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기회가 위기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히려 우리의 생활 속을 보면 위기를 딛고 기회로 전환한 사례보다 기회를 위기로 몰고 간 사례가 훨씬 많다.

위기(crisis)란 말의 어원은 다양하다. 다만 공통점이라고 하면 무언가 순간적으로 어려운 것을 이기고 회복되는 수순을 잡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거지가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무릎에 관절염을 앓던 사람이 갑자기 마라톤 선수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화위복이란 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엿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는 기회를 맞았을 때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쉽게 이야기 한다. 긍정적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고, 행동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간절히 바라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법칙도 만들어 놨다. 심지어 성공한 사람에게는 사람이 모인다고 하면서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라고 사기 치는 모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스턴트식의 생활 지표는 인생의 실패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 물론 기회라는 것은 여러 종류가 있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은 기회(chance)와 반드시 필요한 기회(opportunity)가 있다. 꼭 필요한 기회라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는 잠시 행운은 있을지라도 절대 기회가 부여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기회와 위기는 인간의 욕심이 기준이 되며, 상호 노력 없이 기회를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다. 무한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신과 타인의 눈을 속이기도 한다. 그렇게 속일지라도 자원은 희소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름대로 합리적 선택을 통해 욕구를 채우고자 한다. 예컨대 동일한 시간과 돈을 쓰면서 갑과 을 중 누구를 만나야 더 도움이 될까 생각한다.

투자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의 결과에는 선택된 것과 선택을 포기한 것이 있다.

이 때 포기해 버린 선택으로부터 예상되는 유·무형의 이익 중에서 가장 큰 이익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한다. 이처럼 경제학에서도 포기해버림으로 발생되는 위기 속에서 기회비용을 찾는 것이다.

최근 필자는 수 개월간 직장 내 동료 교수들과 매우 힘든 작업을 하였다. 십여 명이 팀을 이루어 일을 하였다. 모든 일이 종료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팀원의 일부가 매우 무능력하고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을 통해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다시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대상으로 낙인을 찍는 관계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노력하지 않음으로서 기회를 위기로 몰아간 사례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기회도 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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