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봄을 맞이하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홀의 '꽃노래' 음악회에 참석했다. 올해 처음으로 음악회에 참석하니 KBS 아나운서 이미선의 사회로 소프라노 김은경, 테너 엄성화, 바리톤 장광석이 노래하고, 피아노 김이레, 바이올린 이소윤, 비올라 최진미의 아름다운 연주를 듣고 보니 흥이 났다.

기나긴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싱그러운 봄기운을 가슴 깊이 들이마시면서, 음악회 첫곡으로 <목련화>의 꽃노래가 울려 퍼지는 봄밤은 가슴이 설렌다. '오∼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 봄이면 우리가 즐겨 부르는 가곡 <목련화>의 노랫말은 경희대 설립자인 조영식 박사가 짓고, 음대 학장이던 김동진 교수가 곡을 붙인 뒤 국민 애창곡이 되었다.

봄을 기다리고, 꽃을 노래하고, 사랑을 두드리는데 다음 곡은 모차르트의 <봄을 기다리며>를 테너가 불렀다. 이곡은 70년대 초등학교 음악 책에 <봄노래>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바 있는데, 이남수가 편곡, 개사하여 음악 교과서에 실렸다. 이어서 바리톤 성악가가 슈베르트의 <들장미>를 노래했다. 그런데 이 노래는 괴테의 시를 가지고 작곡을 했다고 한다.

2부 '꽃을 노래하다'의 하이라이트는 '나뭇가지 사이로 빛나는 햇살에 / 부드럽게 둘러싸인 봄의 들판에서 / 나는 외로이 방황하네, 아델라이데!---' 라는 베토벤의 <아델라이데>라는 곡으로 프리드리히 폰 마티손의 시를 구성지게 노래로 변신시켰다. 이 아델라이데 곡은 많은 여성들을 매혹시켰으며 이 꽃은 알프스 산록에서 봄에 피는 보랏빛의 키 작은 야생화이다. 그리고 아델라이데는 귀엽고 청초한 여자아이 이름으로도 많이 쓰인다. 이번 꽃노래 마지막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와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의 아리아를 남녀 성악가가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되어 음악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아지랑이가 피워 오르고 종다리가 노래하는 들판에 논두렁에서 나물 캐는 처녀들이 봄을 유혹하면 봄은 우리 가까이 온다. 그래서 봄은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수줍은 할미꽃들이 피고, 나무꾼의 지게 위에 진달래가 만발하여 봄소식을 전하면 처녀들 마음도 싱숭생숭 해진다. 그런데 봄은 개구쟁이들이 버들강아지 입에 물고 뛰어 다니고, 봄나들이에 흥겨운 처녀들이 가슴을 설렐 쯤에 조금씩 물러가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으로 변한다.

이번 꽃노래 음악회는 연녹색 잎사귀로 된 악보에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봄의 향기를 연주하고, 앞자리에서 성악가와 연주자의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음악은 즐거움의 바다이며,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도구였다. 감미로운 봄 음악은 여심을 흔들기도 하지만, 우리도 감성을 잘 유지하며 살자. 평생 감성을 잘 유지하고 산 사람에게서는 인생의 향기가 우러난다고 한다. 많은 선인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데는 좋은 예술작품을 가까이하며 살라고 권한다. 우리 모두 봄 햇살 받으며 웃음을 가득히 하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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