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고창 보리밭 축제 방문 … 한적한 원두막 풍경 아름다워

바람이 분다. 하늘도 흐리다. 마음이 더 흐렸는데 고창 청보리밭으로 일정을 더해서 때아닌 꽃구경에 마음이 활짝 개더라.

밤 11시에 세량지로 두시간 반을 달려갔더랬다. 오랜만에 먼 거리 새벽 출사였다. 왜 그리 가기가 싫던지 살살 피어오르는 꾀를 확 불어 끄고 달려간 그곳에서 바람이 불고 날은 흐리고 반영이 주인공인 세량지엔 반영이 아예 없었다. 한밤중 두시에 올라가 삼각대를 설치하고 내려와 차에서 시간을 보냈다. 삼각대를 거두어 내려오니 7시 반. 이렇게 치열한 자리차지하기를 하면서 남들과 똑같은 사진찍는 일에 에너지를 소모했다.

돌아오는 길에 영벽정에 잠시 들렀다가 고창 학원농장으로 자리를 옮겨 저절로 눈의 동공이 확 열리는 유채꽃밭으로 들어갔다. 4월 16일부터 5월 8일까지 이곳에선 고창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시작을 앞둬서인지 유채꽃은 갓 피어나서 싱싱하다. 그러나 보리는 아직 피지 않고 축제 후반에나 볼 수 있겠다. 전에 없던 프레임이 두물머리에 설치돼있다. 이곳에서 한 번씩 프레임으로 들어가보는 사람들 얼굴이 환하다.

늘 아득히 보이던 원두막. 이곳도 누구나 한 번씩 거쳐가는 곳이다. 경관농업의 대표적인 이곳 고창학원농장 일원은 이제 축제의 준비를 완료한듯 꽃이 활짝 피어주고. 이미 우리처럼 때이르게 한적한 보리밭길과 유채꽃길을 거니는 사람들이 풍경 속으로 흡수되어 평화롭다.

뱃속에 아이를 가진 엄마와 딸래미가 예쁘게 단장하고 이곳을 찾았다. 이들도 가족사진 한 장 담아주고 나도 바람에 일렁이는 유채꽃밭에서 꽃멀미인듯 흔들렸다.

이날은 이 풍경이 내 눈에 고정되었다. 노랑과 초록과 앙상한 나무 한그루. 며칠이 지나면 저 나무는 초록으로 변해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을에 하얀 메밀밭으로 변신할 이곳의 풍경도 상상해본다. 풍경속 꽃길로 누군가 들어오기를 바라며 연신 이곳을 주시했다. 그리고 인포커스로 담아본다. 돌아와보니 아까 원두막에서 사진을 담던 예쁜 가족이다. 돌아오다 뒤를 돌아보니 잠시 파란 하늘이 나와 조리개를 조이고 하늘을 담았다. 그러나 유채밭을 나온 뒤에 보니 푸른 하늘은 자취를 감추었다.

둘이서 이 넓은 농장 안을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며 그림처럼 거닐고 있는 두 여인. 이 풍경이 아름다워서 내 눈도 연신 따라다닌다. 푸른 하늘이었다면 아름다웠을 원두막이 있는 풍경. 되도록 하늘을 작게 담아본다. 엊저녁 잠 못자고 휭하게 들어갔던 눈이 꽃구경으로 호강하다 보니 돌아오는 길도 피곤치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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