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이 끝난지 한 달 남짓 지났다. 아직도 알파고 신드롬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 인터넷서점에서는 바둑 입문서가 판매 순위(취미, 레저 부문) 2위에 올랐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알파고와 인공지능 관련 서적이 쏟아지면서 서점가는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제 모든 것은 알파고로 통한다. 풀기 어려운 문제를 설명할 때 알파고도 못 푸는 난제라고 비유한다.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내는 신조어도 다수 등장했다. '빅데이터 경제학', '데이터리터러시', '알고리즘 비즈니스' 등의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약 1270억 달러, 150조원 이상으로 커졌고 2017년까지 165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된다. 미래를 이끌어갈 견인차로서 인공지능발(發) 제4차 산업혁명이 꼽히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자체보다 그 이면의 알고리즘을 주목한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능정보시대 경쟁력의 원천이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춘 인재인 만큼 이들이 지역에 얼마나 머물고 역할을 하는가가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진입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역의 산업구조가 기술집약 및 지식기반형으로 전환되면서 고급인력 확보를 위한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인재확보역량에 대한 유형은 각기 다르다. 얼마 전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충북은 '인재 절대부족형'으로서 인재 유인 및 양성 지수 모두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업종 구조고도화를 추진 중이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함을 의미한다.

서울, 경기, 대전, 울산 등의 '인재 비교우위형', 충남의 '역외인재 의존형', 광주, 인천, 대구의 '역내인재 의존형'과는 달리 대부분의 도단위 광역지자체들은 충북과 같은 유형이다. 이 지역들은 역외로부터의 인재 유인과 역내에서 양성된 인재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는 두 경로가 상호 윈윈하도록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재 집적 → 기업유치 및 투자 증대 → 고용 증가 → 지역 부(富) 창출의 선순환을 착근시키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 글로벌 IT기업인 MS와 아마존의 사례에서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들이 시애틀에 입지하면서 새로운 고소득 직종(프로그래머, 관리직, 기술직) 일자리가 늘어났으며 연관된 중소규모 IT기업들의 지역생태계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풍부한 IT기업 생태계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드롭박스 등의 기술본부를 끌어들이고 중국의 알리바바가 입지하는 동인을 제공했다. 2014년 기준 미국 내 인구 유입이 가장 높은 주 순위 6위(2013년 대비 26단계 상승)를 기록했으며 25~44세 연령대의 시애틀 도심 인구 증가율은 지역 평균의 세 배에 이르렀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인한 경제적 부의 증가가 기존 도시시설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져 도시 경제시스템의 선순환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초 발간된 '지역 만들기의 정치경제학'은 매우 시사적이다. 일본의 지방자치 역사와 함께한 지역경제정책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외부 기업 및 자본에 의한 '외부요인 만능주의'와 '프로젝트형 지역개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지역 내 재투자로부터 촉발되는 순환형 경제체계 구축이 지역발전의 해답임을 강조한다.

알파고 쇼크 이후 일부 대학에서는 인문·사회·예체능·자연계열 등 금년 신입생 전원에게 소프트웨어 기초교양과목을 하나 이상 수강토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지역인재 양성과 유치의 관점을 글로벌·초일류·융합에 두고 이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하는 매력적인 '빅디자인'의 존재 유무다. 이에 대한 총체적 모니터링시스템도 겸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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