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투닥 투닥 빨래를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이런 저런 소식이 오고간다. 옛날 옛적 빨래터는 소식의 공유지이자 소문의 근원지였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은 아래로 흘러 내려갈수록 더욱 넓게 퍼지는 빨래터 개울물처럼 온 동네로 빠르게 흘러들어간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 83%, 사용자 4천여만 명으로 2020년에는 국내 인구의 90%가 사용하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실로 엄청난 인구가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세상에서 만나고 있으니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신인류를 일컫는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라는 용어까지 생길만하다.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에 따라 소비자들의 정보 취득 방식은 물론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하면서 유수의 대기업들은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광고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21세기의 빨래터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소비자 접점의 가장 좋은 자리를 대기업 제품이 선점하고 있듯 대형 포털사이트 배너광고 또한 대기업 브랜드 홍보물이 주를 이룬다. 배너 노출 1시간당 종류에 따라 1천만원을 호가하고, 이 또한 실질적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낮아 단지 브랜드 노출을 통한 인식 증대에 그치다보니 지역 중소기업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지경이다. 반면 SNS를 활용한 홍보는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정보 확산은 물론 매출로 연결될 수 있어 제품과 기술력은 대기업 못지않지만 홍보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Virus'와 'Oral'의 합성어로 입에서 입으로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되어 전염된다는 뜻인 바이럴 마케팅은 2000년 말부터 기업의 온라인 홍보 기법으로 주목받아 현재까지 다양한 채널과 방식으로 진행되어지고 있다. 기업이 직접 홍보를 하지 않고 소비자가 본인의 SNS에 자발적인 홍보를 함으로써 입에서 입으로 확산된다는 점은 아낙네들의 입소문과 일맥상통하지만 확산 범위는 가히 비교 불가하다고 볼 수 있다. 입소문은 정보 제공자를 중심으로 메시지가 퍼져 나가는 반면, 바이럴 마케팅은 정보 수용자를 중심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가 높은 파워블로거 또는 유명인사들에게 제품을 무료로 협찬해주고 전문 체험단까지 양성하여 타인의 입을 빌려 정보를 확산시키는 근본적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여러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뒤로 미루거나 타인에게 결정을 맡겨버리는 소비자의 선택 장애 상황을 뜻하는 '햄릿증후군'의 출현과 함께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소비를 줄이는 대신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소위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체험 후기를 살피고 또 살펴 안정적인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형식이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객에 맞는 적절한 매체와 정보 제공자를 선택하여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충북에 소재한 웰빙 시리얼 제조회사는 '다이어트용 시리얼'을 홍보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점유율 86%로 1위인 네이버의 블로그를 매체로 주 고객과 동일한 여성 블로거를 정보제공자로 선정하여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제품 관련 검색 빈도가 높은 키워드를 통해 첫 페이지에 노출되게 함으로써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자발적인 키워드 검색을 통해 제품을 접한 고객은 관심에서 구매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 보인다.

다만 넘쳐나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피로해진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출되는 컨텐츠가 광고로 느껴지는 순간 소비자가 느끼는 부정적 인식은 긍정적 인식보다 몇 배 크게 다가오며 더욱 빠른 확산 속도를 가져온다. 따라서 일방향적인 기업 홍보 컨텐츠가 아닌 소비자 공감형 컨텐츠로서의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되며, 부정적인 체험후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즉각적 대처가 필요하다. 진열대 상단의 자리가 아니어도, 메인 배너광고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공감을 얻은 기업이라면 고객이 먼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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