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4년마다 다가오는 총선도 이제 막을 내렸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들께는 축하의 말씀도 드리고 싶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 수많은 장밋빛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국민들은 또다시 나라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지역문화의 활성화와 지역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일하는 필자에게는 무엇보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공약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였으나,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니 만족이라는 정도를 넘어서서 선거라는 제도가 지역문화 실현에 방해요소가 되지나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문화재단에서는 수년째 지속되는 지역문화업무들이 있으며, 국비보조 사업이라도 따내기 위해 지역과 도시 간에 경쟁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선거철이라 해서 업무의 속도를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선거법을 암기하고 인지해야하는 정치인이 아니기에 선거법에 대하여는 무지한 편이다. 그저 '김밥과 떡은 간식으로 제공할 수 있으나 젓가락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웃지 못 할 법규들 몇 가지를 알고 있을 뿐이다.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은 없어야하지만 선거철의 분위기가 연속성을 지닌 지역문화 실행에 방해가 되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마침 4·13 선거 직전에 우리지역에서는 '청주예술제'가 열렸다. 매년 수행되어오는 지역의 문화행사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역예술제를 선거일이후로 행사를 미루면 안 되겠느냐 라는 웃지 못 할 주문이 있었던 실정이다.

필자는 선거와 예술제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한 가지는 재단내의 직원의 우려도 있었다. 지역의 예술가와 전문가들 그리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문화 간담회가 준비되고 있었는데 선거직전이라 참여인원을 줄여야하지 않겠느냐 라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선거는 분명 국민이 최고의 주인이 되는 유일한 날이 아닌가. 투표를 위한 선거고민은 국민들이 하고 호사는 출마자인 피선거권 자들이 누린다. 국가경제문제 이전에 나라의 현실이 너무도 걱정스럽다. 올해 초 있은 일이다.

가족들에게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고 둘러대고 거짓 출근을 해오던 3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청년은 수년간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온 터라 금년에는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하고 거짓출근까지 하던 현실이었다. 어쩔 도리 없이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월급이라 속이는 생활을 1년 가까이 해왔다. 그러다 압박감을 못 이긴 나머지 부모님 앞으로 죄송하다는 유서 한 장 남기고 끝내 세상과 작별하고 말았다.

어디 이 뿐이랴 최근에는 공무원시험을 치룬 어느 젊은이가 시험 주관부처인 정부청사에 무단으로 잠입해 컴퓨터를 조작하여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가 발각되고 수년전 치른 토익 시험마저도 부정으로 시험을 치르는 계획적 범죄행위를 자행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교사를 사칭하여 시험문제를 입수하고 시험성적을 조작하는 등의 범죄행위로 그는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절벽 앞에 서있는 당면과제가 바로 청년실업 문제인 것이다. 부정한 방법을 비난하기에 앞서 청년취업난의 심각함이 빚어낸 일그러진 우리의 표상이다. 필자는 앞의 두 사례를 보면서 얼마나 절박했으면 저리까지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연민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옛말에 사흘을 굶으면 양반도 남의 집 담을 넘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태산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도 장래가 보장되는 것 또한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입사고시를 통과해도 기껏 10년 정도 지나면 퇴직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 여기저기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수저 들고 태어난 일부의 재벌2세 3세들을 보라. 참으로 가관이다. 노비 부리듯 온갖 갑질로 분탕질을 해도 누구하나 감히 맞서려 하지 않는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마저 노동개혁을 통하여 기업의 구조조정을 더 쉽게 하려들고 노조도 더 이상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다소 박봉이라도 회사원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더 낫다는 생각에 공무원 시험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시대의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이 약하다고 나무라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안하다. 취업절벽, 불안한 노후대책, 궁핍의 백세시대 등 사방에 불안요소가 넘친다. 언론에서도 미담이나 덕행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주위를 돌아다 볼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마당에 선거판만이라도 깨끗하길 기대하는 것도 욕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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