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참 많이 만들었는데도 항상 떨리고, 부담스럽고, 걱정이 되고. 내가 이 직업을 왜 선택했나 싶기도 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창사55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옥중화' 제작발표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병훈 감독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준' '대장금' '상도' '동이' '마의' 등을 만들어 내 '사극 거장'으로 불리지만 아직도 드라마가 잘못 만들어진 꿈을 꾼다.

"어제 드라마 타이틀백이 재미없게 만들어진 꿈을 꿨어요. 제가 대한민국에서 드라마를 많이 만든 사람인데 시작할 때는 아직도 잠을 못 이룹니다."

이 감독이 이번 작품 '옥중화'로 만들 새로운 세계의 배경은 조선 명종시대의 전옥서다. 조선시대의 교도소로, 당시 이승의 지옥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지금까지 조선시대의 많은 직업을 거의 다 다뤘어요. 항상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과 의무감에 소재를 찾다 보니까 감옥을 무대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감옥에도 인간사의 희노애락이 있고 그 안에 즐거움과 행복도 있을 수가 있다고 생각을 했죠."

전옥서를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인권제도 외지부, 변호사제도 대송인을 다룬 이야기를 펼친다. 당시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우리나라 고유의 제도를 소개하며 한류 드라마의 계보를 잇겠다는 각오다. 특히 드라마를 만들 때 재미와 함께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감독의 가치관이 반영됐다.

"인권이 억압되는 감옥과 조선시대의 변호사제도, 외지부를 한데 어우르는 드라마를 통해 우리 문화의 훌륭한 유산인 외지부를 소개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옥에서 태어났지만 특유의 명랑함과 영특함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옥녀'가 주인공이다. 어두운 배경을 밝힐 명랑하고 씩씩한 천재소녀 '옥녀'가 억울한 백성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고 결국 자신의 신분을 찾는 이야기다.

'대장금' '동이'를 잇는 여성 사극이다. 이영애, 한효주에 이은 이병훈 감독의 새 뮤즈로 진세연이 발탁됐다. 진세연의 눈빛이 주는 선한 느낌이 결정적이었다.

"저는 주인공을 정할 때 반드시 선한 느낌, 착한 인상을 봐요. 진세연이 그동안 어두운 내용의 드라마에 많이 출연해서 조금 걱정하고 만났는데, 굉장히 밝고 선하고 긍정적인 기운에 그런 우려가 다 없어졌어요."

이 감독은 "빨리 방송이 돼서 시청률이 바닥을 치든 어쨌든 간에 평판을 받아버리는 게 속이 편하다"고 했다. 이 감독이 받아들 성적표는 어떨까. 30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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