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절의 여왕' 5월은 결혼의 계절이기도 하다. 봄이 절정에 달하는 5월은 눈부신 날씨 탓에 가장 많은 신혼부부가 탄생한다. 하지만 '5월의 신부'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설이 크고 위치가 좋다고 소문난 예식장은 이미 오는 8월까지 예약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충북 청주는 유독 심하다.

평생 한 번하는 결혼식을 남부럽지 않게 치르기 위해 '컨벤션 웨딩홀'을 선호하지만 성수기에는 예약경쟁이 치열하다. 새로 오픈한 예식장은 성수기인 봄·가을에 원하는 시간을 맞추려면 1년 전에는 예약을 끝내야 하고 웬만한 예식장도 최소 6개월 전에 예약을 못하면 겨울이나 한여름에 치러야 한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과 예단 장만하는데도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예비부부와 그 부모는 막상 결혼식 날짜를 잡고도 예식장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의 결혼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이젠 새로운 것도 아니다. 마치 자동화설비로 공산품이 생산되듯 대형 웨딩홀에서 제한된 시간에 천편일률적인 식순과 정형화된 형식에 의해 신혼부부가 탄생하는 것은 결혼의 신성한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에서는 8천87쌍이 결혼을 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서두르지 않는다면 봄·가을 가장 좋은 시간대에 주차장이 넓고 최신 시설을 갖춘 시 외곽의 예식장을 예약하는 것은 힘들다.

이 때문에 청주에선 최근 대형 예식장 건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예식장 사업이 여전히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내의 중소형 예식장은 외면 받고 있다. 공간이 협소하고 주차시설도 좁기 때문이다. 예식장 업계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유명 예식장에 결혼에 몰리는 것은 과시·체면문화 때문이다. 대부분 혼주들이 결혼식을 통해 재력이나 지위를 드러내려는 보여주기 식 문화가 은연중에 뿌리박혀 있다. 우리네 결혼문화에서는 주인공이 돼야할 신랑·신부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것은 결혼시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허례허식이라는 '거품'이 잔뜩 낀 결혼식이 새 인생을 출발하는 예비부부들에게 반드시 축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객들에게도 금방 잊혀 지는 번잡하고 정신없는 결혼식은 의미도 없고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형식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예비부부들이 주목받고 있다.

개념 있는 연예인들은 결혼식부터 다르다. 배우 원빈과 이나영은 강원도 산골의 메밀밭에서 영화 같은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들에겐 솥단지에서 삶은 국수로 대접했다. 실속없이 요란한 결혼식보다는 작고 뜻깊은 결혼식이 하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청주시와 공공기관도 적은비용으로 알뜰하게 치를 수 있는 소박한 야외결혼식을 도와야 한다. 실례로 대구시는 금호강 하중도를 비롯해 숲·고택·카페 등 장소섭외는 물론 꽃길·단상·하객 의자·음향장비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

화려한 결혼식이 예비부부의 행복을 축복해 주지는 않는다. 특별한 날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선 예비부부가 주체가 된 소박하고 차별화된 결혼식문화로 바꿔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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