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케이윌(35·김형수)은 데뷔 전 다른 가수의 앨범에 코러스 세션으로 참여하고 가이드 녹음을 책임졌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느끼고 "내 곡을 갖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됐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는 초반 프롤로 주교에게 수동적으로 복종만 한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하게 된 이후 능동적인 캐릭터로 변모한다.

케이윌에게 콰지모도와 접점을 묻자 "점차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가면서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것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케이윌이 데뷔 9년 만에 '노트드담 드 파리'로 뮤지컬에 처음 출연한다.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이방인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콰지모도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케이윌은 추악한 얼굴과 달리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으나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과 프롤로 주교에 대한 복종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콰지모도를 연기한다.

지난해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월드투어팀 내한공연 당시 케이윌이 진행한 SBS 파워FM '케이윌의 대단한 라디오'에 출연한 콰지모도 역의 매트 로랑과 프랑스 프로듀서가 케이윌의 목소리를 듣고 이 역이 제격이라며 제안했다. 불과 5일 동안 넘버 등을 익히고 오디션을 거쳐 당당히 대형 뮤지컬의 주역을 거머쥐었다.

"어마어마한 대작인데 나뿐만 아니라 보시는 모든 분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즐겁게 오디션을 본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런데 캐스팅이 돼서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삶의 방향에서 하나의 재미있는 길을 제시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케이윌은 뮤지컬이 "무대에 서고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여겼다. "노래만, 연기만, 춤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데 뮤지컬은 셋을 다 하니까. 무대 연출의 집약체"라는 것이다.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다. "유명해지기 전 오디션을 보러 간 적도 있다. 좋은 경험으로 끝났지만"이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름을 알린 뒤 가창력이 뛰어난 만큼 뮤지컬 출연 제의가 잇따랐다. 하지만 "뮤지컬을 하시는 분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들이 있어서 피해왔다"고 했다.

'조로'에 이어 두 번째 뮤지컬 출연작인 '올슉업'을 준비 중인 휘성 등 케이윌과 절친한 가수들은 이미 뮤지컬에서 활약 중이다. "먼저 출연한 분들이 전해준 말 중 공통점은 부담을 갖지 말고 편안하게 하라는 거다. '과연 내가 뮤지컬을 해도 되는 걸까'라는 비슷한 질문들도 다들 했더라. 연습하면서 전문가분들에게 확인을 받고 있다."

콰지모도 역에 대해서는 "객석에서 관객들이 바라보셨을 때 등장하는 순간 멋진 캐릭터가 아니라 부담이 덜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엮인 송스루 뮤지컬인 '노트르담 드 파리'의 넘버는 유명하다.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등으로 알려진 콰지모도 캐릭터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기억됐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 폭도 넓다.

"가수로서 무대에서 하는 노래와 다른 부분이 있어서 고민 중이다. 어떻게 소화를 하고 표현을 해야 할지 연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불러야 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다. "가수는 기본적으로 노래 콘셉트를 주면 자기감정에 이입하게 된다. 그런데 '노트르담 드 파리'는 어떤 상황에서 노래를 부를 때 캐릭터의 감정이 어떤지를 고민하게 되더라. 연기해본 적이 없어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콰지모도하면 떠오르는 거친 소리 역시 자신을 대표하는 소리가 아니라서 고민 중이다. 케이윌은 하지만 미성과 중성 등 목소리의 결이 다양한 것으로 유명하다.

"코러스 세션, 가이드 보컬 출신이어서 다양한 곡에 어울리게 톤을 낼 수 있는 것이 내 장점이다. 그런데 콰지모도는 특성화된 보컬이 있다. 하지만 뮤지컬 작품이 한 두 해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매번 다르다기 때문에 정리하고 있다. 오리지널팀의 배우들도 공연장에서 들었을 때, 영상을 통해서 들었을 때, 바로 앞에서 실제로 들었을 때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 났다. 그래서 캐릭터를 얼마나 내것으로 받아들이냐가 중요한 것 같다. 주변에서도 목소리의 거침보다는 캐릭터의 수수함이 중요하다고 말해주시더라."

뮤지컬스타인 홍광호, 관록의 배우 문종원과 함께 번갈아가며 콰지모도를 연기한다. "부담보다는 너무 유명한 분들과 함께하게 돼 배울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무대에 섰을 때 그 분들의 존재가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굳이 억지로 차별화할 생각은 없다. "자연스럽게 내것이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막연하게 뮤지컬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노트르담 드 파리' 같은 큰 작품은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소규모의) 작품들을 생각했는데, 그나마 송스루라 다행"이라고 웃었다.

함부로 "도전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며 선을 그었다. "내가 도전이라고 한다면 다른 분들에게 누가 되거나 무책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마음 때문이다.

"내가 부르는 노래와 내가 행하는 퍼포먼스에 관객이 공감하고, 감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 내 일이다. 가수로서, 뮤지컬배우로서 방법이 다를 수 있겠지만 목적이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한번 하고 말아야지'라는 생각은 아니다. 경험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6월17일부터 8월2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에스멜랄다 윤공주 전나영 린아, 그랭구와르 마이클 리 김다현 정동하, 페뷔스 오종혁 이충주, 플뢰르 드 리스 김금나 투아이즈 다은.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6~14만원. 마스트엔터테인먼트. 02-541-623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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