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주)프레미어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4월26일 중부매일 주최로 열린 경제컨퍼런스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 중부매일DB

선례를 남긴다는 관점에서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과 관련, 5월은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에 끼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방법론에 있어서 경제부처간, 여야간 논쟁이 붙은 상황이다. 이의 직접적인 해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견해를 접해봤다. 최근 열린 정운찬 전 총리의 중부매일 컨퍼런스를 통해서다.

필자도 30여년전 정 전총리 저서인 거시경제론 책을 접해봤던 사람으로, 특강을 통해 그만의 최근 경제관을 직접 듣는다고 하니 시작 전부터 궁금증이 많았다. 배포된 자료를 훑어보니 '동반성장연구소'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필자 또한 '상생, 균형'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라 '동반'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다가왔다.

여타 경제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정 전총리 역시도 '저성장 기조와 부의 양극화'를 우리 경제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로 보았다. 이것만 봐서는 별다른 차별적인 점이 없는 것 같지만, 과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방법은 충청인 경제전문가답게 '중도적이고 균형적'이었다. 단기 '동반성장', 중기 '교육혁신', 장기 '남북경협'을 통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 정 전총리의 생각이었다.

동반성장이라는 것이 '부자와 빈자가 같이 가자'라는 이야기이고, 21세기 자본주의를 지탱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내용인데, 한국의 부자들만큼 나누기를 싫어하는 부자들이 없단다. 흔히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는 가진 자들의 책임의식을 딴 나라 이야기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부자들이 더 욕심을 부려 말썽이 나는 경우가 흔하다.

한진해운의 전 대주주이기도 했던 모 회장은 얼마 전 지분을 최근 한진해운의 자율협정 발표 직전 시장에 내다팔아 공분을 산 바 있다. 또 그는 2013~2014년 동안 받아간 보수와 퇴직금이 총 97억 원이었다는데, 그 기간에 회사는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또한, 2013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게 비단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파나마페이퍼즈와 관련해 국내의 인사와 재벌관련 회사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부자들의 생각과 행동수준이 이 정도이니, 중소기업들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다반사인 마당에 정 전총리가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하니 어떤 재벌 회장은 과거 정 전총리를 공격했었단다. 같이 나눌 생각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양보를 하려고 하지 않는 쪽은 비단 가진 자만이 아니다. 정 전총리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도 그 옛날 '세상에서 가장 내려가기 힘든 것이 인건비'라고 했단다. 그렇지만, 작금의 조선, 해운 산업을 바라보건 데, 임금을 내리든지 고용인원을 줄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산업환경이 돼버렸다. 중국이 바로 턱밑까지 쫓아와 있는데 어쩌겠는가? 근로시간이 줄고 급여가 감소하더라도 노동자들은 상생을 위해 경영진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 바라보기'式의 낙수(Trickle-down) 효과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적극적인 지원 등을 통해 분수(Bottom-up Track) 효과가 어우러질 때 이 나라 경제의 동반성장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정 전총리의 견해에 동의한다.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민관이 합심해서 지역 살리기에 나선 점은 평가 받을 만 하다. 다만, 사안들을 추진함에 있어서 생각을 열어두는 것이 좋다. 중국 돈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같이 잘 되려면, 멀게는 싱가포르를, 가깝게는 제주도를 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또 20대 총선 충북 당선자 간담회에서 밝혔듯, 충북 발전과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합심하겠다는 충북 여야의 다짐이 공수표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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