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유난히 웃기는 영화를 좋아하는데도 영양가 높은 코미디영화를 보기 힘들었던 한국영화계에 「주유소 습격사건」을 만든 김상진감독의 등장은 주목할 만했다. 코미디의 천박성을 꼬집는 일체의 엄숙주의에 반기를 들면서 순수한 농도 1백%의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것. 물론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그를 지지했다. 「그냥」 주유소를 습격하고 「그냥」 교도소를 탈출하는 인물들처럼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신나게 웃어제낄 것을 권유하는 그의 영화들이 놀라운 흥행성적을 기록해왔던 것이다.
 차승원-설경구 투 톱을 앞세운 「광복절 특사」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상진식 코미디」라는 브랜드의 출현을 선언하고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세상이 뒤바뀌는 전복의 쾌감, 「신라의 달밤」에서처럼 깡패가 선생되고, 선생이 깡패되는 장난기 다분한 아이러니, 거기다 올망졸망하니 군소캐릭터들이 연출하는 불협화음의 묘한 조화까지 거의 모든 재료들이 들어있다.
 여기에 「주유소…」「신라의 달밤」에서 김상진식 코미디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박정우작가의 색채까지 완연하다. 영화적 공간이 일정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상황이 주는 긴박감이 커지고 충돌의 효과가 배가되는 것이 장항선감독의 「라이터를 켜라」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영화는 재미있다. 자유를 갈구하는 원초적 의지와 그릇된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녹여내는 기존 탈옥영화를 유쾌하게 비튼 「감옥으로의 탈주」라는 설정이 일단 꽤 쓸만하다. 6년간 수저 하나로 땅을 판 죄수가, 고무신 바꿔 신은 애인 때문에 꼭지 돈 죄수와 탈옥에 성공한다. 그런데 이럴수가. 어떻게든 다시 들어가야 한단다. 광복절 특사로 햇빛아래 당당히 교도소 문을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아래 영화는 점증하는 아이러니의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다. 탈옥수의 전 애인이 결혼을 약속한 남자는 마침 경찰이고, 자리보전을 위해 탈옥사실을 숨겨야하는 교도과장의 지시로 교도관이 탈옥수들의 탈주극을 돕는다.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교도소라는 공간의 선-악 구도마저 뒤집어진다. 교도관들이 머리 밀고 독방에 갇히는가 하면 금뱃지들이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 이처럼 세상이 정신 사납게 엎어졌다 뒤쳐지니, 그 소란이 어지간할까.
 그런데 아쉬운 건 「김상진식 코미디」가 아직 완성을 향해 진군중이라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 그의 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관객에게 「광복절 특사」의 어떤 점들은 덜 반갑고 마땅찮다. 교도소 안팎에서 파국으로 달려가는 상황을 교차시킨 선택은 요령 있었으나 균형감을 확보하는데는 역부족인 듯하다. 바깥과 연관성 없이 비대해진 교도소내 폭동상황은 마지막 수습과정에서 설득력을 떨어뜨리며, 정치권이나 사회 전반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날을 겨눈 풍자도 아직 설익었다. 그리고 이는 「그냥 웃기면 그만」이라는 감독의 태도와도 엇박자 아니던가.
 무엇보다도 그의 코미디는 이제 좀 볼륨을 낮추었으면 좋겠다. 설경구를 불러다 고래고래 악만 쓰게 한다면, 송윤아를 불러다 이리저리 쥐어터지고 고함만 지르게 한다면, 아무리 차승원을 현명하게 써먹었다 해도 만족할만한 점수를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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