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도가 공무원들의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이후 퇴근시간까지 업무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유시간을 갖는 '생각하는 날(Thinking Day)' 제도를 운영키로 한 것이다. 일에서 벗어나 책을 읽거나 옆자리 동료와 대화를 나눠도 괜찮다. 이 제도의 핵심은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면 도정에 유익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것 이라는 기대감이다.

과연 충남도 공무원들은 '생각하는 날'에 고정관념에 탈피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구글이나 애플을 벤치마킹 했지만 이들 글로벌 IT업체는 직원들에게 성과중심의 엄격한 책임을 묻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선한 발상이 나오도록 자유를 주지만 직원들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충남도의 '생각하는 날'은 우선 경제정책과 공무원 3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공무원들은 이 날 만큼은 부서별 아이디어 회의를 할 수 있고 명상이나 독서를 하거나 동료와 자유로운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정한 틀과 형식이 없다. 오로지 개인 시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를 시범 도입한 경제정책과는 충남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지원하는 이른바 싱크 탱크 부서다. 이 때문에 다른 부서에 비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 충남도의 입장이다.

충남도는 "생각하는 날에는 지시나 간섭이 없으며,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3무'를 절대적으로 보장 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생각하는 날을 다음 달까지 시범 운영한 뒤 운영방식 등을 보강해 경제산업실 전체 공무원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서는 구글이 매주 금요일마다 업무와 관련없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하는 TGIF(Thanks Google It's Friday)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의 대명사인 구글은 금요일만 생각하는 날을 갖는 것이 아니라 평소엔 일반 직장인들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직원복지의 천국이다. 낮잠 자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컬러풀한 의자가 놓인 사무실, 일류 셰프가 요리한 호텔급 유기농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는 식당, 세탁·미용·자동차 오일 교환 서비스, 여기에 업무 시간의 20%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하지만 충남도가 간과하는게 있다. 근무시간은 자유롭지만 업무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무한 책임이 따른다. 모든 직원은 철저하게 성과로 평가받고, 팀에서 반드시 자기 몫을 해야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라즐로북의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자유분방하고 즐겁게 일하지만 살아남아야 하는 치열한 생존 현장이다.

충남도가 공직사회에 혁신기업의 문화를 어떻게 접목시킨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저 흉내만 내려는 것이라면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안희정 지사를 띄우기 위한 전시·홍보시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충남도는 '생각하는 날'이 '노는 날'이 되지 않도록 다 시 한번 깊이 고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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