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스마트 농업과 6차 산업의 미래] ⑤ 농업회사법인 ㈜닥나무와 종이

한지로 만든 가방.

하나의 씨앗처럼 아이가 하나씩 세상을 풀어가는 것처럼 지역의 고유성에 뿌리내린 세계화를 추구하며 전통과 현대성, 근원성과 첨단의 조화를 통해 밝고 따뜻한 세상의 실현에 기여합니다. - 닥나무와 종이

한지의 중요한 원료인 닥나무.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충북 청주시 문의면 소재지에서 마불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국 작가의 삶은 종이 위에 있다. 문의면 벌랏마을에서 기르거나 채취한 닥나무로 종이를 뜨고 그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 종이를 주물러 그릇과 항아리를 만든다. 종이로 상품을 만들고 교육시스템까지 갖췄다. 한지로 유명한 이종국 작가는 최근 한지를 활용한 6차산업화에 도전장을 냈다. 작업장에서 교육장으로 거듭난 농업회사법인 (주)닥나무와 종이 이종국 대표를 지난 주말 마불갤러리에서 만났다. / 편집자





#문화의 호흡과 정신 잇는 길

"종이는 우리의 숨소리이자 호흡입니다. 우리의 삶과 함께했죠. 옛 선조들은 한 아이가 태어나면 삽작 입구에 금줄을 넣어 아이의 일상에 온기를 넣어주었습니다.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도 종이에 쌓여 한줌 흙으로 돌아가게 했지요."

농업회사법인 (주)닥나무와 종이 이종국(51) 대표는 우리 종이, 한지에 담긴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랜 기간 닥나무를 심어 직접 관리하고 그 닥나무로 종이를 뜨고 작업을 해왔다.

국내와 해외에서 작품 전시를 하고 워크숍을 열면서 한지와 전통문화에 대한 이종국 대표의 생각은 '현대성과 쓰임'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전통소재이지만 동시에 첨단 소재이기도 한 종이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한지의 현대적 쓰임을 발견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문화의 호흡과 정신을 이어주는 길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한지로 만든 제품들, 마불갤러리를 찾은 체험객들이 채취한 닥나무에서 피닥을 만들고 있다.

오천년 전통한지의 주원료이면서 나무 자체로도 훌륭한 자원이 되는 닥나무. 이종국 대표는 닥나무를 심고 한지를 만들고, 한지와 닥나무의 자원화와 확산을 위해 '닥나무와 종이'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마불갤러리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우리 전통 한지에 대한 연구·개발의 연장이다.

한지의 중요한 원료인 닥나무와 황촉규부터 원료를 만드는 과정, 한지 제작과정과 이론 및 실습, 생활공예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일 체험을 통해서도 간단하게 한지 제작과정과 공예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종국 대표가 처음 닥나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부터다. 충북의 오지로 통하는 벌랏마을에 자연산 닥나무를 옮겨 심어 밭을 조성했다. 이후 직접 재배한 닥나무로 종이를 생산했다.

지난 2009년에는 마불공방을 설립해 전시장을 오픈했다. 한지와 닥나무를 이용해 수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1차 산업에서 2차 가공을 거쳐 2012년에는 농업회사법인 (주)닥나무와 종이를 설립했고 전통한지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014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고 그해 전국 농촌자원분야 6차산업화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6차산업 농촌융복합사업자 인증을 받았다.

#문화와 농업 잇는 종이 수업

'닥나무와 종이'에선 한지교육과 계절별 생태교육이 특화돼 있다. 한지의 역사와 현대적 쓰임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를 비롯해 한지 나비뜨기, 한지 목걸이 만들기, 한지 부채 만들기 등 한지를 응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지는 많은 손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99번의 손질을 거쳐 마지막 사용하는 사람이 100번째로 만진다고 해서 백지라고도 불렀다.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한지워크숍에서 체험객들이 한지로 만든 펜던트에 천연염료를 활용한 채색을 하고 있다.

한지는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다. 닥 채취-피닥 만들기-백닥 만들기-잿물 내려삶기-표백과 티고르기-고해하기-닥풀 만들기-물질하기-탈수하기-건조하기-도침하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한지는 차가운 겨울에 만든다고 해서 찰 한(寒) 자에 종이 지(紙) 자를 쓴다. 일백 백(百)자에 종이 지(紙) 자를 써서 백지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종이 한 장에 들어가는 손길이 많다는 의미다.

이종국 대표는 오랜 기간 이른 새벽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닥나무를 쪄서 삶고 벗기는 일은 일상이었다.

새순에서 나무가 되고, 벗기고 삶고 두들겨 종이가 된다. 1년생 닥나무를 주로 사용해왔던 그는 최근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1년생, 2년생, 3년생 등 닥나무의 쓰임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다.

밭에서 자란 닥나무는 물을 만나고 햇볕과 바람과 겨울 눈을 만나면서 새로운 자원으로 거듭난다.

조상들의 일상이 담긴 정감어린 소재, 우리 역사의 기록을 담고 우리민족의 정신이 스며 있는 소재가 바로 한지라는 생각을 이종국 대표는 갖고 있다.

장판지, 벽지, 창호지, 서책 등 옛 어른들은 평생을 한지 속에서 살았다.

지방, 소지종이, 성황당, 돌탑 등 금줄을 두를 때도 한지가 사용됐다. 전통 한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재발견하는 것, 그것을 교육하는 일은 우리 내부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이 대표는 굳게 믿고 있다.

이는 문화와 농업을 잇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종국 대표는 천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한지를 오래된 미래를 향한 '라이프 스타일'로 제안한다.

전통성, 고유성, 전체성, 현대성, 창조성, 역동성의 의미를 담고 현재와 미래가 서로 연결돼 순환하며 창조되는 미래의 대안으로서의 한지를 그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마불갤러리에서는 스밈의 전통문화를 강조한 닥나무와 종이를 활용해 다양한 공예작품과 다양한 소품을 만들고 있다.

이종국 대표는 자신의 호 '마불'의 의미처럼 일상 속의 부처님, 일상의 삶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꽃피우기 위해 농업과 문화, 산업을 넘나드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물론 매개는 닥나무와 종이다. / 김정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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