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해병대, 고려대, 호남향우회보다 잘되는 것이 충청향우회다. 20대 총선 이후 정치권 내에서 충청권인사들이 전면에 배치되며 향후 정국의 관심사로 급부상 중이다. 여당 원내대표도 충남 출신이고, 야당의 청주지역 국회의원이 새로이 정책위의장까지 맡게 됐다.

청와대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거물급 충북 인사로 배치되고 나니, 가히 '충청권의 전성시대'라 볼 수도 있다. 오는 5월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방한 소식에 여야 할 것 없이 다음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야권에서는 최근 충남의 안희정 지사 또한 다음 대선의 잠룡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주식시장에서는 대선 관련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필자도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충청 대망론'이 횡행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나쁘지마는 않다. 같은 값이면 우리 고장 사람이 되면 좋은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준비만 돼 있다면, 이 참에 한 번 해보는 것도 대단히 좋다.

그러나, 김칫국부터 마시지는 말자. 대권을 꿈꾸려면 경제를 알아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도 그랬듯이, 정치가 곧 경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남미 좌파 정권의 몰락도 따지고 보면 '먹고 사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최근 20대 총선과정에서 제기된 바 있는 가칭 KTX세종역 신설과 관련해, 오송역과의 줄다리기는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KTX 오송역 신설로 과거 시멘트 운송이라는 산업기능만을 담당했던 '충북선' 시대를 이제 겨우 헤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전직 총리이자 야권의 실력자라고해서 세종시 지역표만을 의식해서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비용을 추가집행 해야 하고 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셈이다. 이러한 발상의 중복투자는 여러모로 국가적으로나 우리 지역에나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지역발전과 균형성장적인 경제적인 관점에서 그렇다.

이번 주 '광주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과 관련해서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광주로 달려갔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합창 여부의 논란 속에서도 참석자들은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내년도 대선판에 호남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리라. 이번 총선에서 다시 한 번 호남민심을 확실히 보여준 결과이다. 경상도는 예로부터 '우리가 남이가?'로 뭉쳐왔다. 많은 경제정책으로 경상도는 언제나 수혜지역이었다.

반면, 우리 충청도는 어떠한가? '멍청도, 핫바지…'라고 놀림 받기도 하는 우리 지역은 선거 때 뿐이지 평소에는 관심을 두고 찾는 이들이 많지 않다. 영·호남인들이 대놓고 속을 보이는 것과 대비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속을 잘 내보이지 않는 충청인의 기질도 잘만 활용한다면, 우리 지역으로도 선거 때만이 아니라 언제라도 달려오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발 빨라진 충청향우회가 벌써 그런 모습이다.

충청지역의 인구도 호남권의 532만명 수준보다 12만명 더 많아졌고, 앞으로도 충청권으로의 인구유입이 활발해 질 것을 감안한다면 정치적인 위상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충청도가 국가 균형발전의 중간 지역이라는 점도 염두하자. 이런 점들에 근거하여 지역에 도움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유치해 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지역업체들의 실적 호조 등으로 지방세수가 늘어났다고 안주하면 안 될 것이다.

확산일로에 있는 '충청 대망론'에 김칫국부터 마실 것이 아니라, 충청인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고 정책개발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지역민들이 합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역의 여야 정치인들도 정파를 초월해 소통하며 머리를 맞대어, 어떻게 하면 중앙정부의 예산을 더 확보하고 성장산업을 유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대 총선의 결과로 바야흐로 '영·호남 중심의 지역주의'가 균열되기 시작한 가운데, 작금과 같이 '충청 대망론'이 부상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 충청도도 앞으로는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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