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생활 꿈·끼 발산... 학교 전통된 창작뮤지컬 페스티벌

보은여중 뮤지컬 동아리 '하모니' 단원들이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와 함께 하트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했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 '뮤지컬로 놀자! 뮤지컬로 자라자!' 프로젝트 가동

속리산 산락에 위치한 보은여자중학교(교장 임명은)는 여느 시골학교와 교육환경이 별반 다르지 않다.

청소년기의 여학생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기대치는 높으나 농산촌지역에 위치한 지리적 환경 및 지역사회의 문화시설 부족으로 욕구 충족의 기회가 많지 않다.

또 조손·한부모가정의 높은 비율. 이로 인한 가정기능의 약화로 기초학력 부진, 심리·정서적 불안감, 낮은 자존감 등을 보인다. 특히, 보은지역은 다문화가정 인구비례 전국 1위로 이질문화에 대한 갈등과 자녀교육의 어려움으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은여중은 아이들에게 꿈과 재능을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열악한 문화 환경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고자 지난 2013년 '뮤지컬로 놀자! 뮤지컬로 자라자!'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함께, '뮤지컬로 놀자! 뮤지컬로 자라자!'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해 나갔다.

특히 3학년은 매년 12월 창작뮤지컬 페스티벌을 열어 3년간의 중학교생활을 꿈과 끼를 발산하며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창작뮤지컬 페스티벌은 보은여중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 '대화·듣기, 탐구·분석, 창작·실행' 3단계 프로젝트 추진

보은여중 뮤지컬 프로젝트는 3단계로 추진됐다.

1단계는 이슈에 대한 성찰로 대화와 듣기에 집중했다. 주제로 선정된 이슈에 대한 이야기 발굴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친구들의 경험을 듣고, 상호 대화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화했다.

2단계는 이슈에 대한 탐구와 분석이다.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사회적 조건들이 개인의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이해해 나갔다.

3단계는 이슈에 대한 행동으로, 뮤지컬 창작 작업에 대한 기획 및 실행이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서 실행 가능한 뮤지컬 창작 작업을 기획, 실행에 옮겨 공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가졌다.

# 뮤지컬로 전하는 3년간 못 다한 이야기

보은여중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한 창작뮤지컬 페스티벌은 아이들의 크고 작은 꿈을 아울러 문화적 감수성을 싹 틔우고, 일상과 예술이 하나 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창작뮤지컬 페스티벌은 3학년이 반별로 한 편의 뮤지컬을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공연에는 모든 학생이 참여한다. 대본을 쓰는 작가, 연기하는 배우, 안무 담당 등 각자의 재능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다.

3학년 1학기부터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틈틈이 연습한다. 교사들은 뮤지컬 창작 및 연습을 돕기 위해 학년말 교육과정 기간에 교과융합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2학기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나면 한 달 정도 맹연습을 통해 멋진 공연으로 결실을 맺는다.

뮤지컬 페스티벌은 3학년 학생들이 고교입시 시험 후에 생기는 공백 시간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이다. 또 반 전체의 참여로 학생들 협동심이 강화되고, 졸업을 앞두고 3년간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쌓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뮤지컬 공연 준비를 위해 연습중인 보은여중 '하모니' 단원들.

# 시골아이들 성장시키는 협동학습

뮤지컬 동아리 '하모니'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한다.

올해는 13명을 선발해 외부 연기강사, 보컬강사 등을 초빙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전문 강사의 지도하에 만들어진 작품은 뮤지컬 대회에 출품하기도 하고 학교 축제에서 공연하기도 한다. 올 1학기 공연작품은 '치킨과 피자'다. 지난 21일 보은청소년축제에서 공연을 마쳤고 오는 26일 열리는 제17회 충북효한마음축제 연극부분에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뮤지컬 동아리 지도를 맡은 김동순 교사는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10년 동안 활약을 했고,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다. 초임 교사시절 부임학교 학생들과 연극부를 만들어서 활동도 했다. 김 교사는 "학원 등의 문제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고 연습장소도 마땅치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뮤지컬은 협동학습으로 교과수업에서 채우지 못하는 다양한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년째 뮤지컬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나현(14) 학생은 평소에는 조용한 편이지만 무대에만 서면 자신감이 생겨 뮤지컬이 좋단다. 김 양은 "연기, 춤, 노래를 배우는 것도 즐겁고, 연습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친구, 선후배 관계가 좋아진다"며 "꼭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밝혔다.

뮤지컬은 협동학습이다. 연습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뮤지컬이라는 협동학습을 통해서 갈등해소 방법을 터득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도 생기면서 시골아이들은 성장해 나가고 있다. / 김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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