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겨울새'(MBC)의 지질한 남자 '주경우'였다. 극 중 엄마로 출연한 박원숙에게 뺨을 맞는 부분이 명장면이다. 분명히 잘생겼는데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얼굴, 분명히 좋은데 왜인지 친근한 목소리는 탤런트 윤상현(43)을 설명할 수 있는 문구다.

그래서일까. 대중은 윤상현을 '내조의 여왕'(MBC)의 철없는 남편 '허태준'이나 '시크릿가든'(SBS)의 안하무인 톱스타 '오스카', '욱씨남정기'(JTBC)의 소심한 과장 '남정기'로 기억한다. 단순히 작품의 시청률이 높고, 낮고에 따른 우연은 아닐 거다.

"그런 모습이 더 매력 있나 봐요. 다 '겨울새' 덕분이에요. 그래서 '내조의 여왕'에 캐스팅됐고, 그 이후에도 드라마 감독님들이 '겨울새'를 너무 재밌게 봤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시작은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의 세련된 PD였는데…."

원래 꿈은 가수였다. 목표는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 네 명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 실제로 최근 '윤상현 발라드'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출연을 욕심낼 만큼 노래를 잘한다. 그런데 "딱 1년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던" 연기로 지금까지 왔다.

"가수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자꾸 드라마가 들어오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팀은 해체가 되고. 저도 계속 드라마를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겨울새' 때 박원숙 선생님께 뺨을 한 대 맞고, 그때부터 열심히 하게 됐죠. '아, 연기는 이렇게 하는구나' 깨달았죠."

꾸준히 지질한 남자로 대표작을 쌓던 윤상현은 최근 종영한 '욱씨남정기'(극본 주현·연출 이형민)로 '인생작'을 다시 썼다. '남정기'는 그가 지금까지 맡았던 지질이 중 가장 용감한 남자였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던 '을 중의 을' 대기업 하청업체 과장이 불의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뒤로 갈수록 판타지가 돼 가는 것 같지 않았냐"는 윤상현의 말은 '남정기'의 성장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저한테는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죠.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에요. 캐릭터를 떠나보내고 '이제 끝이구나'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인물을 제대로 살려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여러 감정이 확 들었던 것 같아요."

수많은 드라마를 했지만 유독 '욱씨남정기'에 더욱 애착을 갖는 건 지난해 12월 태어난 아이의 영향이 크다. 이제 작품을 고를 때, 그리고 작품에 임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그러니까 '욱씨남정기'는 '아빠 윤상현'의 첫 작품인 셈이다.

"확실히 자세가 남달랐어요. 아이가 좀 커서 아빠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찾아볼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소홀히 할 수 없겠더라고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전에는 그냥 대충 찍자는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한 장면을 찍더라도 열심히 찍게 되더라고요."

윤상현은 '욱씨남정기'의 '남정기'로 아내 앞에 지질한 남자나 사랑 앞에 지질한 남자와는 결이 다른 지질함을 표현하며 연기인생에 새로운 층을 다졌다. 멋있거나 강하게 보이는 것에는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가진 본성이 있지 않냐"고 되묻는다.

"같은 걸 표현하더라도 멋있게 하는 사람이 있고, 평범하게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근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는 걸 되게 즐거워했어요. 사람들이 저의 드라마를 보고 즐거워하는 게 좋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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