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기현 부국장 겸 진천·증평 주재

한기현 부국장 겸 진천·증평 주재

고사성어인 입신양명(立身揚名)은 '출세하여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부모의 출신 성분이 세습되는 조선시대와 달리 기업을 일궈 많은 돈을 벌거나 열심히 공부해 고시에 합격하면 성공한 기업인이나 고위 공무원으로 이름을 드높일 수 있다.

출세는 출세간(出世間)이라는 불교 용어에서 유래됐다. 원래 의미는 세속을 떠나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는 게 출세였다. 출(出)은 뫼 산(山)자 두개가 겹쳐 있는 모습으로 산위의 산을 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불교를 신봉하던 고려시대까지 출세는 세속을 떠나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조선시대는 유교가 국교로 지정되면서 입신양명, 즉 몸을 바로 세워 세상에 이름을 알린다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고려시대는 승려가 되고 조선시대는 과거시험을 통해 벼슬을 얻는 것이 출세였다. 현재는 과거시험 대신 명문대 입학을 위한 입시 경쟁으로 수단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부터 성적과 스펙 쌓기를 위해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오로지 입신양명을 위해 인성교육을 등안시하고 명문대 입학을 위한 공부만 강요하면서 왕따, 학교폭력 등 부작용이 나타나 사회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 진천군 농다리와 초평호 일원에서 공부에 지친 고교생과 중학생에게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부의 비법을 알려주는 제2회 등용문축제가 열린다.

초평호에서 축제를 여는 것은 '성공'을 상징하는 '登龍門(등용문)', 즉 용과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다수 전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마리 용의 형상을 띤 초평호의 주변에는 농다리에서 초평호로 넘어가는 용고개를 비롯해 용정리, 용코, 승룡산(먹뱅이산), 용오름길 등 용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또 용고개에서 용오름길을 이용해 승룡산 정상에 오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진천군은 용의 전설이 말해주듯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이여송 장군의 책사인 두사충이 죽음의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이시발 장군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후대 5명의 판서가 태어날 곳이라고 알려준 초평면 용정리 지전마을의 유래도 유명하다. 지전마을은 소가 누워서 송아지에게 젖을 주는 명당으로 두사충의 말처럼 조선시대에 4명의 판서를 배출했다.마지막 1명은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장관을 지낸 이재정 현 경기도 교육감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평호는 1984년 신수문 준공으로 하늘로 승천하는 완벽한 용의 형상이 완성돼 김유신 장군과 같은 인물이 또 다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2006년에는 한남금북정맥 줄기인 초평호에서 약 10여 km 떨어진 음성군 원남면 행치마을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배출돼 용의 전설이 사실로 증명됐다.

향토사학자들은 늦어도 20년 내에 김유신과 반 총장에 이어 남·북한을 통일할 큰 인물이 배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초평호가 지닌 엄청난 무형의 자산인 용의 전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나 조형물이 없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 서둘러 용의 얽힌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초평호 미르숲에 세마리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상징물이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향토사학자는 "'籠橋(농다리)'가 지네다리로 잘못 알려졌는데 이는 단지 돌을 쌓은 형태를 지칭한 것으로 용고개를 연결하는 용다리(龍橋)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조성 중인 초평호 미르숲에 세마리 용이 승천하는 상징물이 설치되면 대구 갓바위처럼 수험생을 둔 학부모와 관광객은 물론 용을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요커들이 찾아와 지역을 널리 알리고 관광 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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