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시중 우송대학교 C-MBA 대학원장

봄, 전국은 축제의 향연이다. 봄을 맞이하여 각종 꽃과 제철과일, 해산물 등을 콘텐츠로 한 지역 내 축제는 시민들의 눈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충북도내 지역축제가 50개가 넘지만, 충북을 대표할 만한 세계적인 대표축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넘치는 지역축제, 과연 그 해답은 없는 것인가? 지방자치제가 정착하면서 지역 고유 문화예술의 정체성 찾기, 지역주민 여가선용과 문화예술 향유권을 제공하려는 공공서비스의 요구,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자원이라는 필요가 만나 축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지역축제는 지자체의 정치역학 관계를 배경으로 양산돼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역축제가 급증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선진국에서와 같이 오랜 역사를 통해 민간 자생적으로 계승되어 온 지역축제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지역홍보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짧은 기간 관주도의 탑다운 방식으로 지역축제를 양산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4년 지역축제 개수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축제, 지자체에서 주관하거나 주최하는 축제, 지자체에서 경비 지원 또는 후원하는 축제, 민간에서 추진위를 구성해 개최하는 축제 등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 40개를 포함해서 555개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갑절 이상 많을 수 있다. 전북 고창군의 경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집계한 555개 축제 중 3개만 포함되어 있지만 고창군에서는 실제로 9개의 축제를 하고 있다. 지역축제 갯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집계보다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역축제 예산도 문화체육관광부 집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축제는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이미지를 높이며 지역주민들의 자긍심을 키워주는 등 좋은 효과가 있다. 지역축제가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서는 너무 상업성에 치우쳐도 안 되지만 축제에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지역산업이나 향토색과 무관한 지역축제들이 여기저기서 개최되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역축제가 기업 마케팅 활동의 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을 가지려면 전국적인 또는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져야 한다. 경북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보령머드축제, 이천도자기축제, 금산인삼축제 등은 대표적인 지역축제이다. 특히 최근에는 화천산천어축제의 경우 방문객 수가 100만 명이 넘고 특산물판매금액도 10억 원을 넘어 성공적인 축제로 알려져 있다. 반면 예산이 투입된 만큼의 수혜효과가 발생하지 않아서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지역축제도 많다.

지역축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축제의 지명도와 프로그램의 충실성을 높이고 지역에 어떠한 좋은 영향이 있는지를 분석하며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지역축제가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감축한다는 것은 어렵다. 지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가 넘어갈수록 예산투입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외국의 지역축제들은 지역적으로 육성가치가 있고 지역마을공동체의 오랜 역사를 거쳐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행사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특산물축제의 경우 민간자생적인 상인조합에서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막대한 수익을 챙겨가는 농협에서는 생색내기 식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지원을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천도자기, 금산인삼, 보령머드 등 일부 산업화된 지역축제는 관련조합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하지만 아직도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부담이 훨씬 크다.

지역축제의 성장속도와 파급효과는 크다. 정부에서도 문화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바와 같이 지역축제를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축제가 행사성을 벗어나 질적 향상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식 운영에서 벗어나야 하며, 또한 자치단체장의 얼굴 알리기 용 선심성 축제로 전락해서는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지역주민과 또한 축제참가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축제를 만들어야 지역문화정체성이 담긴 대표축제가 만들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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