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치얘기 않겠다" 장봉훈 주교만 면담하고 청주 떠나
[중부매일 한인섭 기자] 충북 방문 일정을 잡았던 야권(野圈) 잠룡들이 대권 도전을 강력 시사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반풍(潘風) 진원지' 충북에서 제기될 '역풍'을 우려한 탓인지 일정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 총장의 방한 일정 직후인 1일에 이어 3일~4일 각각 충북 방문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당초 일정을 대폭 축소했고, 박 시장은 '지하철 사고 수습'을 이유로 아예 취소했다.
1일 청주를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시종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 천주교 청주교구청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요즘 지역을 많이 다니고 있는 데,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교님을 찾아 뵌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문 전 대표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반응한 후 별도의 언급을 피했다.
문 전 대표는 다만 "충북도민들과 청주시민들을 자연스럽게 뵙고 가기위해 온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안두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천주교 청주교구청을 방문해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청주교구장)와 30분 가량 면담했다. 문 전 대표와 장 주교의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문 대표는 면담 후 예정됐던 오찬 등 모든 충북 일정을 취소했다.
문 전 대표는 당초 이날 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충북을 찾았다. 문 전 대표는 괴산군 성불산 자연휴양림 산림휴양관에서 진행되는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핵심당직자 워크숍과 보은 법주사 방문 일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비공식 개인 일정으로 방문한 문 전 대표의 충북 일정에는 노영민 전 의원이 동행했다.
노영민 의원측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잠행'에 가까운 개인 일정을 가졌으나, 의도와 달리 취재진이 대거 몰렸다"며 "천주교 청구교구 방문 일정을 끝으로 충북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충북 방문 일정을 아예 취소했다. 박 시장은 당초 3일~4일 이틀간 1박 2일 일정으로 충북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1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전철 스크린 도어 사망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기위해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박 시장은 사고 수습 후 별도 일정을 마련해 충북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충북 방문 일정을 취소하자 공식적 입장과 별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풍(潘風)'을 잠재 우려는 행보로 인식될 경우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된 행보 아니냐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지역에서는 박 시장의 충북 방문 일정이 예고되자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방한으로 조성된 '충청권 대망론(반풍·潘風)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박 시장의 경우 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어떤 정부도 UN 사무총장에게 자리를 제안해서는 안된다'는 UN 결의안을 들어 반 총장의 대통령 출마를 비판한 바 있다.
박 시장은 당초 오는 3일 더민주당 총선 당선자·낙선자들과 함께 오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또 이날 오전 충북도교육청 직원 특강에 이어 충북도와의 2016 청주 세계무예마스터십 지원 업무협약 체결, 보은·영동군과의 우호교류 협약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4일에는 대학생 간담회 일정도 잡았으나 모두 취소했다./한인섭·김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