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 SBS·CNBC앵커 모건스탠리 이사

바이오산업은 '돈 먹는 하마'일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2006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진출하고 2010년 오송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설립했던 한화케미칼은 지난 해 10년 만에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반면 SK케미칼은 지난 주 혈우병치료제의 미국FDA 시판허가를 받아 바이오 신약(新藥)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개별기업들의 희비 속에서도 2015년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전년보다 37% 증가한 8.9억 달러를 기록, 바이오의약품 부문의 무역수지를 6년 만에 5,093만 달러 흑자로 돌려 놓았다. 바이오산업이 이제서야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초기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초기 바이오기업들 또한 '죽음의 계곡'을 넘나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약개발에 전(前)임상을 비롯, 수 차례의 임상시험 단계와 제품 출시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의 벤처캐피탈(VC)들은 수 년 내로 투자금 환수(Exit)가 용이할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하며, 실질적인 '모험(Venture) 자본' 역할을 소홀한 지 오래다. 지인이 이끌고 있는 오스티오뉴로젠이라는 초기 바이오기업 또한, 월드클래스급의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 있어야 할 국내의 바이오VC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해외로부터의 자본조달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때마침 지난 주 미래창조과학부는 향후 3년간 총 1천300억원을 지원, 바이오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창조경제 10대 활성화 프로젝트 추진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되려면 이보다 5~10배 정도는 더 커야겠지만, 어쨌든 바이오·생명공학 클러스터를 품고 있는 우리 지역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시장규모가 향후 5년 평균 5.9% 성장해 2020년 1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란다. 최근 산업통상자원1차관도 밝혔듯, 2024년 바이오산업의 시장규모는 현재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의 세계시장 규모를 합친 것보다 더 커진다. 세계적인 노령화와 더불어, 바이오산업이 매우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신(新)산업인 것이다. 중앙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미는 상황에서 충북의 미션은 궁극적으로 '오송 바이오·생명공학 클러스터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바이오산업은 기초연구, 응용·개발연구, 임상시험, 제품생산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가치사슬을 가진다. 오송의 제2산단까지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속적인 기업유치는 물론, 가치단계 별로 역량 있는 국내기업 간에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세종고속도로의 노선 결정에 있어서도 바이오 전문인력 유치와 관련해 접근성 측면에서 충분한 설득을 해야 한다. KTX 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초기 바이오기업 전문펀드 조성도 필수적인데, 아직까지 충북에 기반한 일반 벤처캐피탈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에 수많은 벤처캐피탈들이 초기 기업들의 든든한 자금원이 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최근 오송의 제2산단을 방문한 바 있는 모건스탠리는 2천~3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중에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한국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임상3상 진입이 2015년에 3개나 됐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 상황이다. 국부유출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국내적인 지원·정책이 부족하다면 그 몫은 보다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

오송의 바이오 생태계를 한국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성장시켜, 국가적으로도 지역차원으로도 효자산업으로 키울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국가 차원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으니, 충북도와 청주시의 유관기관들도 공조하여 중앙정부에 전략적으로 어필해야 할 것이다. 막대한 임상비용 등을 핑계로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면 되겠는가? 불굴의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뒷받침할 바이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노령화 시대에 있어 바이오산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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