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2시 30분 음성군 생극면 신양2리 정모 할머니(84)의 집 안방.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전기장판 하나 없이 차가운 냉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할머니는 20㎏ 쌀 1포대와 라면 2박스 음료수 1박스를 들고 찾아온 최원태 음성경찰서장(51)의 갑작스런 방문에 어쩔줄을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불이라도 지피고 계셔야지 차가운 방에서 생활하시면 건강에 안 좋습니다』며 거칠고 차가운 정할머니의 손을 두손으로 꼭잡고 말을 건넸다. 정할머니는 『얼마전 부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라 불을 지피고 싶어도 피울 수 없어유ㆍㆍㆍ, 지낼만 해유』라고 나직막하게 말한 뒤 차가운 방에 앉아있는 서장을 보며 오히려 방이 춥고 누추해 미안하다는 듯 얼굴을 들지 못했다.
 자녀는 있느냐는 최서장의 말에 정할머니는 『15년전 남편과 사별한 뒤 얼마 안되어 7남매와 연락이 끊겼어유ㆍㆍㆍ, 제 속으로 난 자식들도 찾아오지 않는 누추한 곳을 서장님이 이렇게 찾아와 주시니 뭐라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 모르겠어유, 그만 죽어야 하는데ㆍㆍㆍ, 죽는것도 맘대로 안돼유』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서장은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합니다.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인근 파출소로 연락하면 경찰관이 찾아와 도와 드릴 것입니다』라고 말한 뒤 정할머니 방의 한켠에 놓여있는 전화번호부 책 맨 앞장에 눈에 잘 보이도록 큰 글씨로 인근 파출소의 전화번호 882-4112 를 적어 놓고 위급할시 꼭 연락하도록 거듭 당부했다.
 최서장은 이어 동행한 파출소장에게 하루에 한번씩 집에 들러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도록 지시한 뒤 할머니 집을 나왔다.
 이날 오전에도 음성군 원남면의 한 독거노인을 방문한 최서장은 음성경찰서로 부임한 이후 1년여 동안 사비를 털어 매주 이같은 선행을 계속 해오고 있었지만 이런 선행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숨은 선행을 실천해 오고 있었다.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사라져가는 각박한 현실에 최서장의 선행은 이 추운 겨울에 한번쯤 주위를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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