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단] 호국보훈의 달, 대학생들의 역사인식 현주소

대학생의 62.2%가 역사적 사건과 시기를 미스매치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역사인식 부재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인기 걸그룹의 한 멤버가 위인들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는 퀴즈를 풀던 중,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알아보지 못하고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표기)'이라고 말해 대중들의 비난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인기 아이돌부터 스타강사까지, 최근 역사인식 부재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렇다면 학문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의 역사 인식 문제는 어떠할까. / 편집자


#1. 전공에 밀리는 '역사'…무관심 일관

대학생의 62.2%가 역사적 사건과 시기를 미스매치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전국 남녀 대학생 408명을 대상으로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대한민국 역사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2년이 지난 지금, 대학생들의 역사의식은 개선됐을까?

충북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B씨는 대학생들이 갖고 있는 역사의식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B씨는 "현충일과 같은 중요한 날을 단순히 쉬는 날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공공부가 벅차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도 있겠지만, 역사의식을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사라져야 할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충북대 커뮤니티의 한 게시판에서도 '연예인의 역사의식 부재, 과연 그들만의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이번 논란에 대한 견해를 표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K씨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일반 9급, 7급 공무원시험에 한국사가 필수과목인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역사인식이 얼마나 부재하면 따로 시험까지 만들까 라는 생각이 든다"며 역사인식 부재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최근 이슈화됐던 아이돌의 역사 인식 논란 발언에 대해서는 "이들의 발언은 단순히 공인의 문제라고만 국한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이 이미 물질적으로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진국이 됐다고는 하지만, 국민수준은 오히려 과거보다 퇴보되고 후진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다. 충북대 전자공학부 재학생 L씨는 "대학생의 역사의식 수준은 평균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의식이 저조하다고 느낀 적은 아직까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역사교육에 대해 "고등학교에서 획일적으로 공부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며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암기위주에 그치는 편인 것 같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의 역사의식문제의 근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회원수가 3만 명에 달하는 한 대학 온라인카페에 질문을 올렸지만, 조회수는 높았지만 학생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불과 1년 전, 국정교과서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대학생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유독 역사의식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 획일적 교육과정부터 바로잡아야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학가에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현실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충북대 경영학과 김민석(2학년) 학생은 "대학 입시에 중요한 국·영·수에 비해 역사지식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현저하게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올바른 역사지식을 갖추지 못한 대학생들이 많은 것은, 역사교육을 등한시하는 현 교육과정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역사교사들 역시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족한 수업시수와 근현대사 비중 축소 등으로 학생들이 한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의 한국사 과목 수업시수는 3년 동안 102시간에 불과했다. 1주일동안 한국사 수업이 3시간도 안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관련 교사들은 방대한 한국사 내용을 학습하기에는 수업시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C고등학교의 한 역사교사는 "한국사의 범위와 학습내용이 워낙 많다보니 정해진 시간 안에 진도를 빼기에는 깊이있는 교육을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골고루 배워야 하는데, 근현대사 비중이 줄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한국사에서 근현대사의 비중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2011년 발행된 고등학교 검정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 수를 기준으로 약 70%였던 근현대사 비중이 2014년부터 55%로 줄었다. 게다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7년부터 중·고교에서 사용될 국정 역사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 비중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한 관계자는 "이전과 같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근현대사 대단원은 3개로 똑같이 가기 때문에 비중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상고대사 대단원이 하나 추가되면서 중단원의 경우 상고대사 부분은 기존 17개에서 15개로 줄인 반면, 근현대사 부분은 21개에서 12개까지 줄여 근현대사 비중은 40%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근현대사 비중이 크게 줄면서 역사교육과정이 균등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과정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역사문화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역사를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들이 인기를 끌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 능동적인 역사 인식의 필요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문화콘텐츠가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대중들에게 파급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로 성장하면서, 대학가에서도 이를 활용한 역사교육이 인기다.

나지영 충북대 3학년(왼쪽)·남지수 충북대 4학년

충북대에서 인기 교양강좌인 '역사와 디지털문화콘텐츠의 만남', '역사와 스토리텔링' 강의하는 유동호 초빙 객원교수는 "역사문화콘텐츠를 통해 역사적 진실과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선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이 우선"이라며 "이는 개인에게는 거시적 입장에서 사건과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힘과 정체성 형성에 도움을 주고, 집단과 세대에게는 올바른 사회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한다"며 "미래 주역이 될 대학생들이 역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라고 주장했다.

/ 나지영 충북대 3학년·남지수 충북대 4학년


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