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근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을 두고 더민주당 지도부의 행보가 당 소속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을 자극하고 있다. 당지도부가 비수도권 입장을 무시하고 경기도 단체장들의 주장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개편의 핵심내용은 대도시 수입원인 법인 지방소득세와 시·군 조정교부금 일부를 조정해 중소 시·군에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정이 넉넉한 소수의 경기도 지자체와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개편안을 추진하려는 것은 지자체간 재정불균형이 심화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민주당은 고양·과천·성남·수원·용인·화성등 경기도내 대도시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조차 더민주당이 수도권공화국을 선언했다는 가시 돋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가 채택했던 핵심전략이지만 더민주당은 수도권편중논리에 치우치고 있다. 자치단체의 재정불균형 해소라는 국가적인 당면과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내년 말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을 앞두고 수도권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의 불만이 팽배한 것은 당연하다. 이 지사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더민주는 경기도만 보지 말고 다른 지역을 보면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지원했으면 좋겠다"며 "경기 국회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은 정부가 (지방재정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갈등을 조장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지방재정 개편은 시·도지사들의 오랜 건의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민주 중앙당을 향해 "비수도권이 아닌 수도권 편을 들고 있다. 마치 수도권 공화국을 선언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방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남지사도 "중앙정부가 지방과 충분히 대화해 지방의 피해의식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당이 세출보다 세입 예산이 많아 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부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부유한 지자체(불(不)교부 지방자치단체) 편을 든다면 당의 정체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분권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대선 승리의 배경이기도 하다. 분배, 참여, 균형, 평등은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의 근간(根幹)이다. 지자체간 과도한 재정격차를 좁혀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오히려 더민주당이 반겨야 할 정책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더민주당은 경기도 자치단체장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대선 전략을 위한 정치적인 스탠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비수도권 상당수 지자체는 자체 세입으로 공무원 급여조차 해결하기 힘들다. 물론 자치단체장의 전시성 투자 때문에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낙후된 입지로 기업유치가 힘들고 인구와 세수도 감소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더민주당이 참여정부의 숭고한 국정철학을 계승하려면 수도권 보다는 비수도권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균형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열악한 재정때문에 예산난을 겪고 있는 당내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당내에서 조차 수도권 정당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더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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