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前 SBS·CNBC 앵커

지난 주 칼럼에서 '브렉시트(Brexit)의 나비효과'를 염두하자고 했는데, 현실은 더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야말로 블랙스완(Black Swan)이 돼버린 브렉시트였다. 개연성이 낮지만, 현실로 나타나면 엄청난 충격을 동반한다는 그 검은 백조가 출현한 것이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

지난 며칠 동안 독자들이 제일 많이 들은 소리가 '브렉시트'라는 말일 것이다. 지난 23일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겠다는 사단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1946년 처칠 수상이 제안했던 '하나의 유럽' 구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이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하니, 주변국들로의 전염 가능성까지도 걱정이다.

대영제국의 자존심 회복과 반(反)이민주의 등에 기반한 브렉시트 결정에, 전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영국이 유럽 금융거래의 80% 내외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 허브(Hub)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하루 만에 공중으로 사라진 돈이 2천440조원…. 우리 증시 시가총액의 2배에 가까운 돈이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만도 하루에 47조원 넘게 증발됐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Bank of England)에서 긴급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발표는 했지만, 유럽은 당분간 혼돈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 안 그래도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걱정이 많은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정부도 제한적인 영향만을 강조하며 시장이 안정될 것만을 기대하지 말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영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1.4%로 낮으니 우리나라 실물경제에의 영향이 작다'는 식의 정책당국자들의 안이한 판단은,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까지도 생길 수 있다.

이미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사단이 났고, 우리 금융시장도 이것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이러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은 실물경제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 큰 댐에 난 작은 균열이라도 곧바로 철저하게 대처하는 것이 맞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니, 이제 추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버린 형국이다.

세계적인 불황에다가 영국의 브렉시트, 그리고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따른 결과로 신(新)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지 간에, 자유무역보다 보호무역 정책이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좀 더 극단적인 정책까지도 염두해야 할 것이다.

브렉시트의 발생으로 다행히 엔화가 강세추세가 강화되겠지만, 수 년 동안 이어진 일본의 '근린궁핍화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 일본 정부가 '양적완화, 금리인하, 마이너스 금리'라는 3가지 핵심카드를 모두 처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잃어버린 20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하는 게 일본 정부 처지이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래저래 답답한 미래가 놓여 있다.

산업구조조정을 할 시간을 얻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기는 하다. 세계 금융시장의 패닉에, 당분간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세계 경기 위축 가능성에 연준의 금리 재(再)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달러 강세에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엔화 강세, 원화 약세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정부로서는 그만큼 조선·해운 등의 산업구조조정을 할 시간을 얻는 셈이다. 서로 자기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풀어야 할 것이다.

브렉시트에 과민할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없겠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괜히 블랙스완이라고 칭하는 것이 아니다.

43년 만에 EU를 떠나겠다는 역사의 시계를 되돌리는 영국인들의 브렉시트 결정에 처칠 수상이 살아있다면 어떤 입장을 보였을지 궁금해지는 한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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