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JTBC '힙합의 민족'…. 대한민국은 현재 힙합 열풍에 휩싸여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흑인들의 하위문화이자 일부 과격한 젊은 세대의 취향쯤으로 치부되던 힙합은 이제 주류 장르이자 가장 핫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힙합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헐렁한 옷과 스냅백만 걸쳤다고, 맥락 없이 과격한 랩만 쏟아낸다고 힙합 문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 텍사스 출신의 힙합 칼럼니스트 시어 세라노가 쓴 '더 랩(The RAP) : 힙합의 시대'는 힙합 백과사전이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가장 중요한 랩송, 총 36곡을 한곡씩 살피다 보면 힙합 문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1970년대에 가장 유행한 흑인 음악은 디스코였다. 그러나 가볍고 즐기기 위한 음악인 디스코는 당시 흑인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기에 부족했다. 흑인의 삶이 너무 팍팍했던 것이다.

바로 여기서 랩이 생겨났다. 1979년 원더 마이크, 빅 뱅크 행크, 마스터 지로 구성된 슈가힐 갱이 발표한 '래퍼스 딜라이트(Rapper's Delight)'는 대중음악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랩이 노래의 일부분에 양념처럼 들어간 게 아니라, 최초로 랩이 핵심인 노래를 정식 랩 그룹이 불렀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첫 번째 랩 곡으로 기록됐다.

1982년에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제대로 담은 최초의 노래인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 더 퓨리어스 파이브의 '더 메시지(The Message)'가 나왔다. 힙합이 사회 문제를 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 더 퓨리어스 파이브는 그동안 누구도 제대로 말하지 않던 뉴욕 뒷골목의 어두운 풍경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가난한 흑인의 좌절에 대해, 집 없는 이들이 쓰레기를 뒤져 끼니를 때우는 삶에 대해, 질 낮은 교육을 받는 이들과 쥐와 바퀴벌레로 가득한 집에서 사는 것에 대해 말했다. 이후 퍼블릭 에너미나 N.W.A 등 걸출한 아티스트들이 힙합을 정치적인 저항 음악으로 만들었다.

1986년은 진정한 갱스터 랩이 시작된 해다. 아이스-티의 '6 인더 모닝(in the Mornin')'이 포문을 열었다. 현재는 드라마 배우로 친숙하지만 실제로 갱 출신이었던 아이스-티는 범죄에 대해 리얼하게 이야기하는 최초의 랩곡을 세상에 선보였다. 이후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투팍은 갱스터 랩으로 부를 거머쥘 수 있음을 증명했다.

'더 랩 : 힙합의 시대'는 힙합 아트북이기도 하다. 빈곤, 폭력, 마약, 인종 문제 같은 당시 사회적 상황과 힙합 신의 대표 아티스트들의 삶과 노래의 탄생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글과 함께 100여 컷의 일러스트로 전달한다. 힙합 전문가인 대중음악평론가 김봉현 씨가 옮긴 글은 랩 가사처럼 술술 읽힌다. 240쪽, 아트로 토레스 그림, 1만7800원, 윌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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