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사성폐기물 유성 한국원자력연구원에 1천700개 저장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가 무려 1천699개나 저장돼 있는 방사능 고위험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송파을)이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용후 핵연료'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저장소에 안전하게 보관되고 외부로는 절대 유출되지 않는다고 정부는 밝혀왔다. 아직까지 폐연료봉 같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국가적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력 발전 등으로 타고 남은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낸 것으로서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생명체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아무리 연구용이긴 하지만 관리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미래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총 21회에 걸쳐 국내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사용후 핵연료'를 운반해 왔으며, 그 수량은 1천699개에 이르고 있다. 30년 전부터 폐연료봉이 원전 밖으로 나오고 있었는데도 국민들은 전혀 알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해당 시설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저장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 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원료로 사용하고 남은 폐연료봉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정부계획은 지난달인 5월에야 확정·발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수립하기 위해 설치한 자문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위원회조차 원자력발전소 밖으로 폐연료봉이 유출됐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활동보고서에 명시)
정부는 종합대책을 세우라고 만든 조직에도 현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이 폐연료봉으로 본격적인 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실험에 나선다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중간저장 단계를 거쳐 영구처분을 하는 방법과 재처리를 하는 방법이 있지만, 재처리 방법은 아직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 한 방법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도 보고서에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으로서 재처리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일부 원자력업계 의견만 듣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재처리에 나서는 것은 또 다시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최 의원은 "국가시책으로 진행되는 연구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국민안전에 대한 정보가 먼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안전문제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는 더 이상 그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고 꼬집었다.
김성호 /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