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때 아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예년보다 이른 장마 소식으로 한풀 꺾일 더위에 대한 안도와 미처 생각지 못한 여름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일기예보를 통해 계절을 준비하고 혹여 뜻하지 않은 피해에 대비하듯 지속되는 경기침체 상황을 짚어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몇 해 전부터 전문기관은 물론 경제단체 등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미리 대비하고 적극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았으련만, 대책 없는 우려에 익숙한 우리 사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고 뒤돌아보니 그 외양간마저도 무너져버린 상황에 처해있다.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굴지의 조선업 대표 3사의 수주건수 제로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고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바다 위에 황금알이라 불렸던 해운시장이 암초에 걸려 좌초하기 직전이다.

굴지의 대기업조차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때 지역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소·중견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앞설 것이다. 판단컨대 충북의 지역산업 여건은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요소가 잠재되어 있고, 이를 이용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작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월, 충북 지역의 한 중소기업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으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당선된 아이디어가 충북테크노파크의 지원을 통해 제품화되면서 중소기업청, 청주시 교육청, KT 충북본부 등 지역유관기관 및 학교 9개사(관)와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한다는 소식이었다. 주인공인 디투이모션(주)은 현재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 중이며, 2013년도에 설립된 약소기업이다.

'필봇'이라는 감성케어 프로그램(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속이 타들어갈 시점에 국내 웨이러블(스마트워치)기기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삼성, LG, 구글 등 20~40대까지 한정되어 있는 웨이러블 시장을 생애 전주기를 거쳐 확장하기 좋은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웨이러블 기기와 시장의 요구에 맞춰 감성을 읽어내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의 신변, 감정상태, 학교생활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 디투이모션(주) 사례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기업들의 우수한 성과는 충북지역산업을 유지시키는 당근과 채찍 역할을 톡톡히 해줬으며, 앞으로 지역산업이 집중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우리는 지역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례의 성과분석을 통해 성공하는 기업과 좌절하는 기업의 차이를 쉽게 구분해 볼 수 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지역 네트워크 체계에 대한 정교함이라 할 수 있다. 흔히 기업의 네트워크란 상호 연결된 개체 간 자원과 정보의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무형의 그룹으로 간주된다. 정해진 규정과 형태가 없기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은 적극적인 네트워크 활동에 비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네트워크에는 기업들이 쉽게 착각하고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존재한다.

첫째, 전략적 접근 없이 인간적, 사회적 관계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상응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기업의 특성과 관련 분야에 따라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핵심 네트워크의 교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핵심정보와 자원의 교류를 측정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기업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그룹에서 지속적인 정보 공유와 자원이 교류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소모적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뢰성과 유용성이다. 두 가지 함정을 피해갔다 해도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통해야만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와 자원을 제공 받았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거래관계임을 망각한다면 네트워크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중소기업 네트워크는 실무적 입장에서 효용성에 대해 부정적이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으나 성과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3가지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트 주커버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 진다"고 했다. 비즈니스의 시작은 결국 사람과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본과 자원, 기술력을 중심으로 구축된 지역산업 네트워크를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면 장기화 되고 있는 경기 악화의 침묵을 깨고 함께 환호할 수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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