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스마트 농업과 6차 산업의 미래] ⑪ 조은술 세종

조은술 세종' 경기호 대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는 '2015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며 체험시설과 갤러리를 갖췄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막 걸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막걸리는 서민들의 술이었다. 함부로, 조잡하게 마구라는 뜻의 '막'과 거르다는 의미의 '걸이'가 합쳐져 막걸리라 했다. 농번기의 막걸리는 반 식량이었고, 가난했던 서민들의 지친 심신를 달래준 술이기도 했다.

천상병 시인은 <막걸리 찬가>라는 시에서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 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라고 적었다. 큰 사발에 넘실넘실 부어 펄럭펄럭 들이켜야 제 맛일 것 같은 막걸리, 한 끼 식사대용이기도 했던 막걸리가 변화하고 있다. 요구르트의 100배에 달하는 유산균, 암과 심장질환 예방에 좋다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조은술 세종(주)은 싸구려 술로 통하던 막걸리를 고급 전통주로 제조하는 선봉에 서 있다. 몸에 좋은 유기농 쌀을 이용해 막걸리와 청주를 빚는 농업회사법인 '조은술 세종'을 찾았다. / 편집자


주식회사 조은술 세종(청주시 청원구 사천로) 입구에 들어서면 술항아리에 적힌 시들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다. 처음 마주하는 시는 경기호(55) 대표와 그의 아내 이승애 씨가 함께 지은 <술도가>이다. 술독의 술은 사과 향을 내고 뽀글뽀글 익어가고, 막걸리 소리가 경쾌하게 넘치는 공간, 바로 조은술 세종이다.

조은술 세종은 충북지역 전통주 제조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6차 산업 인증을 받았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1차 농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품종의 술을 빚고 있는데, 유기농 쌀을 활용한 막걸리와 청주를 빚으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대중화된 술에 고급화의 옷을 입히면서 조은술 세종은 전통주 세계화에 도전장을 냈다.

흔히 술 맛을 좌우하는 세 축을 꼽으라면 물과 쌀, 누룩을 이야기한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이 물이고, 그게 못지않게 원재료인 쌀의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도정을 많이 해 쌀눈을 제거한 쌀일수록 술 빚기에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은술 세종 경기호 대표 역시 물맛과 원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막걸리와 청주의 고급화를 선언한 배경도 좋은 재료가 좋은 술의 기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농업회사법인 조은술 세종의 막걸리는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고급화를 선언하며 유기농 햅쌀로 빚은 유기농 약주를 비롯해 친환경 왕 우렁이 쌀로 만든 민들레 막걸리 등 20여종의 다양한 막걸리와 10여종의 약주를 생산하고 있다.

세종의 '이도'와 '오가닉'

지난 2014년 출시한 뽕마실 막걸리는 술을 발효할 때 뽕잎을 첨가해 뽕잎 고유의 향과 맛을 살린 기능성 막걸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충청북도의 지원을 받아 충북대학교 누에산업 RIS사업단과 공동 개발했다.

뽕잎을 활용한 술은 조은술 세종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다. 뽕잎의 효능을 살린 기능성 막걸리는 음주의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애주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해 술을 빚는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조은술 세종은 중원대 RIS사업단과 괴산지역에서 재배한 유기농 쌀을 원료로 유기농 약주를 개발했다. '오가닉(organic)이라는 이름의 청주이다.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회사 입구에는 경기호 대표와 아내 이승애 씨가 쓴 시 '술도가'가 술항아리에 적혀 있다.

전통주의 전성기로 통했던 조선시대의 이름난 술들은 거의 청주였다. 여기서 청주는 발효시킨 술 덧을 용수로 거르거나 자루에 넣고 짜낸 술을 말하는데 한 번 거른 것이 단양주, 단양주에 한 번 덧술한 것이 이양주, 두 차례 덧술한 것이 삼양주이다.


종 오가닉은 깔끔하고 와인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유기농 원료,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는 등 품격 있는 디자인까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2014 지역희망박람회 지역특화상품전에서 최고의 상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종 오가닉과 함께 인천 면세점에서 인기 높은 술로는 역시 유기농 쌀을 이용해 빚은 증류식 소주 '이도'가 있다. 초정광천수와 유기농 생명쌀로 만든 이도는 화끈하지만 목 넘김이 부드럽고 첫 잔보다 두 번째 잔이 매력적인 술로 통한다. 알코올 도수 32도, 42도, 52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경기호 대표는 당장의 대중화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지역 술 생산이 언젠가는 가치 있는 일로 인정받는 때가 꼭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년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지에서 재배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좋은 술, 지역을 대표하는 명주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부부는 수십 개의 술항아리에 시를 적어 전통주에 추억을 입혔다.

세종 오가닉이 그렇고 이도가 그렇다. 유기농 쌀로 빚은 유기농 막걸리는 지난 2011년 우리 술 품평회에서 충북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조은술 세종은 농침축산식품부의 '2015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다. 막걸리와 약주, 증류식 소주, 과실주 등 다양한 술 빚기 체험을 비롯해 지역 투어와 결합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호 대표는 우리의 민속주, 전통주를 고급화시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조은술 세종의 술들은 일본,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에 수출하고 있다. 지역의 1차 농산물을 활용해 전통주를 만들고 이를 전 세계 시장에 판매, 유통하겠다는 포부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세계의 명품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전통주를 제조하고 싶어요. 세계인이 우리 술 맛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조은술 세종이 앞장서겠습니다." / 김정미

■ 조은술 세종= 1997년 전통주 전문 유통회사 오송상사를 설립하며 술과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농업회사법인 청주주조 세종(주)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양조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기원 대표 막걸리 선정, 2012년 충북 우수농특산품 품질인증마크를 획득했으며 그해 11월 농업회사법인 조은술 세종(주)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장려상과 전통주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획득했고 2014년 대한민국 막걸리축제 시민평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세종 오가닉, 이도, 세종 복분자주, 세종 약주, 쌀 막걸리, 알밤주, 조껍데기 막걸리를 비롯해 제주 우도산 땅콩과 쌀로 만든 우도땅콩민속주와 임금님표 이천쌀로 빚은 이천쌀 막걸리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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