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정착 9년만에 꿈이룬 팜티프엉

베트남에서 시집 온 팜티프엉씨는 이달부터 경찰 제복을 입고 전남에 초임 발령 돼 경찰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대한민국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신동빈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약자들에게 도움 주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베트남에서 시집 온 팜티프엉(38·사진)씨는 이달부터 경찰 제복을 입는다.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이후 최근 신임경찰교육과정까지 이수하면서 초임 발령지로 전라남도를 배정받았다. 일정기간 파출소 근무를 하고 나면 외사계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팜티프엉씨 소식은 시험 합격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충북 음성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이 경찰이 된 사례가 지역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착 9년 만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다른 이주여성들의 격려와 축하, 문의전화가 잇따랐다.

"제가 경찰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이민자들이 전화를 주셨어요. 한국생활이 낯설고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면 저처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시험을 준비했냐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베트남 이주여성 가운데 경찰이 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북에서는 처음이지만 전국에서는 세 번째다.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등 국내 이민자 수가 증가하면서 경찰은 외국인의 안정적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출신 국가와 한국 언어가 자유롭고 양국의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이주민 당사자 가운데 외사요원을 특채로 선발하기 시작했다. 국내 입국자가 많은 중국과 베트남 출신자 가운데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고, 팜티프엉씨도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해 기준 충북도내 결혼이민자와 인지귀화자의 국적 현황을 보면 전체 8천736명 가운데 43.6%에 달하는 3천816명이 중국 국적이었다.

이어 베트남 국적 이주민이 2천422명(27.7%)으로 두 나라에서 온 이주민이 전체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팜티프엉씨는 음성에서 베트남 이주여성들의 자조모임을 만들고 다문화이해교육활동을 하고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경찰의 꿈을 키웠다.

"충북 음성에도 베트남 이민자가 많습니다. 자조모임을 하면서 많은 이주여성들이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가정폭력의 고통을 당하고,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팜티프엉씨는 베트남에서 남편을 만나 3년 연애하고 가정을 꾸렸다. 베트남에서 2년간 신혼생활을 하고 남편 직장을 따라 2007년 귀국한 곳이 충북 음성이었다.

한국에 입국하면서 갖게 된 딸아이는 올해 아홉 살이 됐다. 음성군장애인복지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자조모임을 만들면서 결혼 이주 여성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됐고, 사회복지사의 꿈은 경찰로 진화했다.

"음성보건소에서 통역지원사로 일하고, 글로벌투게더 음성의 통역사로 취업을 하고, 2012년에는 건국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어요. 지역에서 이주여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외사특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경찰시험에 도전하게 됐죠."

외국인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외사계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국내 정착을 돕고,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해 외국 경찰과 교류하는 일을 담당한다.

팜티프엉씨는 대한민국의 우수한 치안정책을 외국에 알릴 수 있다는 점도 외사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초임 발령을 받은 이주민 여성 경찰 팜티프엉. 남편과 딸아이를 떠나 낯선 전남 생활이 시작됐지만 어디에 있든 경찰이 되려고 마음 먹었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힘들어 하는 결혼 이주여성과 외국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지원기관이 전국에 다 있지만 안타깝게도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민자 스스로의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면 이민자들도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어요." / 김정미


■ 충북 국적별 결혼이민자 및 인지귀화자 현황 (2015년 단위 : 명)

중국 베트남 필리핀 대만 일본 몽골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 기타 여성 남성
3,816 2,422 857 93 406 232 221 127 14 548 7,928 808 8,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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