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스마트 농업과 6차 산업의 미래] ⑫ 착한농부들

김해청 대표가 생육실 노루궁뎅이버섯을 들어 보이고 있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충북 음성군 금왕읍 백야리, 음성IC에서 백야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용계저수지 끝자락에 노루궁뎅이버섯을 재배하는 영농조합법인 착한농부들이 있다. 서울토박이인 김해청 대표는 오로지 버섯 농사를 위해 음성에 터를 잡았다. 중국과 일본에서 주목하는 노루궁뎅이버섯의 약효에 매료돼 재배를 시작한 이후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단골 고객을 확보해 직거래까지 성공했다. 버섯 농사로 6차 산업화의 성공모델을 만들고 있는 착한농부들을 찾았다. / 편집자

# 정직한 자연에 사랑을 더하다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에서도 알 수 있듯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자라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특히 버섯은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야 합니다. 착한농부들 노루궁뎅이버섯은 맑은 저수지와 울창한 산림으로 둘러싸인 깊은 산속 재배사에서 자라기 때문에 농약 걱정이 없어 안심할 수 있습니다."

김해청(61) 대표는 음성군 금왕읍 백야리의 환경을 정직한 자연이라고 표현했다. 용계저수지 위로 백야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재배하는 노루궁뎅이버섯은 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 대표는 "버섯이 다른 식물과 다른 점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 하는 것"이라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뱉는 다른 식물과 다르기 때문에 맑은 공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맑은 공기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는 것이 물이다. 노루궁뎅이버섯은 수분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물이 아주 중요하다.

버섯을 재배하는 과정은 배합, 살균, 냉각, 접종으로 이어지는데, 버섯 종균이 퍼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한달, 생육실에서 키우는 시간이 15일 정도다.

"시골에서는 50~60m만 파면 물이 잘 나옵니다. 이런 걸 지표수라고 하지요. 하지만 지표수는 충분히 여과가 안 되기 때문에 농약이나 각종 오염물질이 걸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하 200m 생수급 암반수를 판 겁니다."

김해청 대표는 백야리에 재배시설을 만들면서 무려 2천400만원을 들여 지하 암반수를 팠다. 노루궁뎅이 버섯의 90%가 수분이기 때문에 버섯이 흡수하는 물이 좋아야 버섯의 맛도 좋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6개월 마다 수질 검사를 하며 상태를 살피고 있는 암반수의 수질검사 결과는 최상급. 음용수로도 애용하고 있다.

착한농부들의 3박자 농법을 완성하는 요소는 맑은 공기와 좋은 물 그리고 클래식이다. 이곳의 노루궁뎅이버섯은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란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줍니다. 놀랍게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물의 결정도 예쁘게 변한다고 합니다. 소를 키울 때나 메주를 담글 때도 음악을 들려줘 명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착한농부들 노루궁뎅이버섯은 음악을 들으며 자랍니다."

일본에선 야마부시버섯, 중국에선 후도우구라 불리는 노루궁뎅이버섯을 착한농부들은 생으로 판매하거나 건조·분말로 만들고, 엑기스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김해청 대표는 플라스틱 병에서 밀식 재배를 하는 버섯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맛과 영양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무농약 인증을 받은 노루궁뎅이 버섯은 한 번 먹어본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두터운 단골층을 형성하고 있다. 착한농부들에서는 생 노루궁뎅이버섯을 비롯해 노루궁뎅이버섯 엑기스, 건조, 분말 버섯을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 명품 만들려면 농가부터 변화해야

서울에서 식품회사 제품개발팀에서 근무했던 김해청 대표는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미생물에 관심이 많았고, 귀농하며 자연스럽게 버섯을 주목하게 됐다.

김해청 대표는 처음부터 버섯 가공품을 염두에 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16년째 버섯 농사를 짓고 있지만 처음 그가 도전한 것은 느타리버섯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칡느타리버섯이다.

"칡즙을 짜고 난 섬유질을 톱밥과 섞어 버섯이 그 성분을 먹게 했습니다. 하지만 부산물 수급이 쉽지 않았죠. 그러다 정부에서 느타리버섯 농가의 규모화 지원에 나섰고 많은 농가들이 기계화, 대형화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버섯농가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겁니다."

냉각기. 톱밥과 미강을 섞은 배지에 물을 뿌려 스팀으로 찐 뒤 냉각기에 넣고 식혀 버섯 종균을 넣는다. 버섯이 재배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45일 정도.

가격이 뚝 떨어지자 대형화된 농장 몇 곳을 제외한 농가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대형화 지원이 농가에 긍정적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정직하게 칡즙까지 먹여 정성스럽게 키웠건만 시장 현실은 정직과 정성으로 돌파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도전한 것이 노루궁뎅이버섯이다.

에모토 마사루의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보면서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버섯을 재배하려면 물 좋은 곳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도전은 실패했지만 환경이 좋아 물러서지 않았다. 식용에 약용으로까지 각광받는 노루궁뎅이버섯을 재배 품종으로 선택하고 두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그에 따른 치매환자의 증가를 주목한 것이다. 노루궁뎅이버섯은 항암작용을 하고 뇌세포를 활성화시켜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약용진균'이라는 책에는 소화불량, 위궤양, 신경쇠약, 신체허약에 효과가 있다고 노루궁뎅이버섯을 설명하고 있다.

좋은 성분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착한농부들은 액상을 추출할 때 86도 저온 추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끓는점을 낮춰 24시간 동안 오래 우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영지, 꿀과 대추, 노랑느타리버섯과 새송이버섯 추출물을 함유한 엑기스 3총사가 탄생했다. 또한 속까지 완전히 말린 건조 노루궁뎅이버섯과 곱게 간 분말 등을 판매하고 있다.

명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은 대한민국 대표농장 스타팜 지정이라는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생각을 바꾸면 품질이 달라집니다. 6차산업화 성공을 위해서는 농가부터 변해야 합니다. 자치단체나 정부 지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하며 명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김 대표는 판로를 걱정한다.

"명품을 만들어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6차 산업이 가능하려면 유통과 판매, 교육과 체험까지 가능한 사전 지식이 풍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차 가공을 하려면 근린생활지역이여야 영업허가가 납니다. 또 3차 체험을 하려면 계획관리지역이어야 하구요. 귀농을 해서 6차 산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미리 알아보고 부지를 구하고 준비하겠지만 기존에 농사짓던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농가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고, 지원기관의 2차 가공, 3차 유통 및 판매와 관련한 분업화된 맞춤형 지원도 개선돼야 합니다." / 김정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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