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청년실업] 中.'나랏일' 꿈꾸는 '제2의 수험생'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장기화되면 방학을 반납하고 공무원 준비를 위해 학원가로 모여드는 20~30대 청년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황다희 기자] 20~30대 젊은 청년층이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이어진 취업난은 그들을 다시 공부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공무원이 되려면 고3 수험생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 '공복'이 될 수 있다.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에 위치한 청주행정고시학원. 이곳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일명 '공시족'들로 열기가 뜨겁다.

강의실 내부에는 9급·7급공무원, 경찰공무원 등 다양한 직군을 꿈꾸는 많은 청년들이 장맛비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공무원이 주는 직업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꼽으며, 좁은 취업문을 박차고 나가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일반 기업의 취약한 고용률과 스펙 쌓기 경쟁에 부담을 느껴 차라리 공부를 열심히 해 시험을 보고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 졸업 후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또 희망하는 일자리에 들어가기 어려운 현실에 아예 학업을 중단하고 본격 공무원 준비에 나서고 있다.

"고3 수험생보다 더 힘들어요."

충북대 기계공학부를 전공하고 있는 신모(24)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휴학을 결심, 지난 1월부터 고시학원으로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밥 먹는 시간과 10분 정도의 짧은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치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처럼 보인다.

그는 오히려 수험생보다 더 힘들다며 너털 웃음을 짓는다.

전공을 살려 기술직군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는 지난 4월과 6월 두 번의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쓴 고배를 마셨다.

준비기간이 짧아 합격이라는 기대보다는 좋은 경험으로 삼았지만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이다.

기술직의 경우 관련 자격증 소지시 5%의 가산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기사 자격증은 필수로 꼽히지만 아직 학위를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 도전조차 어렵다.

"내년에 학교 복학해서도 계속 준비를 해야죠. 준비기간을 최대 2년까지 보고 있는데 잘 안되면 일반 기업으로 눈을 돌렸다가 경력직 채용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청년실업과 장기 경제불황이 겹치며 청년층은 구직을 위해 아우성이다.

기업들은 점점 채용의 문을 닫고 있어 많은 청년들이 일반 기업보다는 공무원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취업준비자 현황과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준비자 중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거나 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20~24세 47.9%, 25∼29세 53.9%로 조사됐다. 취업 준비생 2명 중 1명이 공무원 시험을 경험한 것이다.

9개월 째 이 학원에 수강 중인 조(29·여)씨는 잘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나와 9급공무원을 준비 중이다.

그녀는 졸업 전 회사 사무직군에 취직해 취업난을 체감하진 않았지만, 여성 직장인으로서 결혼과 출산 등 좀 더 안정적인 직장 여건을 원해 '공시족' 대열에 합류했다.

오랜 사회 경험 탓인지 그녀는 '일'보다는 '공부'가 쉽다고 했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꾸준히 오르는 성적에 희망을 본다는 것이다.

"내년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눈엔 '공시족'을 넘어 '공무원'이 되리라는 강한 자신감이 서려있다.

전용표 청주행정고시학원장은 "지난해에 비해 9급공무원 준비생들이 크게 증가했다"며 "고등학생들도 방과 후 학원에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황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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