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스마트 농업과 6차 산업의 미래]⑬ 젊은농부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주)젊은농부들은 국내 최초로 농장 체험과 캠핑을 결합한 팜핑을 운영했다. 블루베리 생산을 비롯해 가공품 제조 및 판매, 수확체험, 팜핑, 카페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10월에는 레스토랑을, 장기적으로 펜션도 지을 계획이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농촌을 기회의 땅이라고 말하는 서울토박이 청년이 있다. 대학에서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청년은 25세때 첫 창업을 경험했다. 이후 학교로 돌아와 증권투자상담사와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졸업 후 금융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CFA(미국 공인재무분석사) 시험까지 준비했지만 그는 현재 시골에 산다. 그의 마음을 돌려 놓은 것은 블루베리였다. 청년은 왜 농촌을 주목했을까.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서 농업회사법인 (주)젊은농부들을 운영하는 이석무(34) 대표를 만났다. / 편집자



# 블루베리 농업에 뛰어들다

이석무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안티에이징(anti-aging)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히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소개된 블루베리를 접하고 "바로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베리 열매와 잎 엑기스는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효과와 괴혈병·당뇨병 및 비뇨기 질환 치료, 시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일인데도 불구하고 노화방지를 비롯한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이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블루베리는 비싼 고급과일이었습니다. 처음엔 수입을 해서 가공품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블루베리에 대해 알아야겠다 싶어 국내 농장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견학을 다닌 농장만 30곳에 달했다. 농장주들을 찾아 꼼꼼히 취재하면서 블루베리를 직접 키워도 되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 그의 관심은 농업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귀농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블루베리를 주목하면서 농업에 뛰어든 경우입니다. 시작단계부터 가공을 구상했고 관광과 체험까지 염두에 두고 창업을 했습니다."

체험하기 좋고, 가격도 비싸고, 상품성도 좋은 블루베리는 매력적인 품목이었다. 당시만 해도 생과를 먹어본 사람보다 가공품을 접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체험과 관광을 결합하면 성공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국내에 6차 산업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전부터 청년 이석무 대표는 1차 산업과 2차 산업인 가공, 3차 산업인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을 직접 몸으로 깨닫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고된 노동의 현장, 실버세대의 은퇴 후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지던 농촌이 청년들의 창업과 기회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젊은농부들이다.

이석무 대표는 (주)젊은농부들이 휴양과 교육이 결합된 복합 관광농원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 국내 최초 팜핑 체험 시도

농촌 창업 6년 만에 이석무 대표의 젊은농부들이 전국에 이름을 널릴 알릴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팜핑(Farmping, Farm+Camping)'의 영향이 크다.

농촌관광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 잡은 팜핑은 농장(Farm)과 캠핑(Camping)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농촌에서 캠핑을 하면서 농장에서 농촌체험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의 농촌체험여행을 의미하는데, 이 팜핑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이석무 대표다.

"팜핑은 2011년 처음 계획했고,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3년입니다. 당시 6차 산업 경진대회가 열렸는데, 팜핑 아이디어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죠. 이후 농촌진흥청 6차 산업 홈페이지에도 소개되면서 팜핑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농부들은 국내 최초로 농장과 캠핑을 결합한 팜핑을 운영하면서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체험객들은 농장에서 블루베리 수확을 체험하고 캠핑을 즐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창업 초기부터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2011년에는 밭을 개간하고 나무를 심었습니다. 1차, 2차, 3차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업을 점점 구체화했죠. 그리고 밭을 만들고 나무를 심는 과정을 일기 쓰듯 블로그에 포스팅했습니다."

오랜 기간 젊은농부들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본 블로그 이웃들은 기꺼이 첫해 수확의 고객이 되어주었다.

"일부 큰 나무를 사서 심었기 때문에 약간의 수확이 있었지만 양은 많지 않았습니다. 주문은 계속 들어오는데 블루베리가 없어서 음성친환경블루베리연구회에서 활동하는 농가의 블루베리를 팔아드리기 시작했죠. 체험객을 모집해 근처 블루베리 농장에서 수확 체험도 진행했습니다."

수확체험도 가공체험도 초기에는 매우 열악했다. 다만 주변 농가와 상생하는 법을 배웠고,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체험 시설과 가공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한 것은 2015년부터다. 2014년은 설비를 갖추고 레시피를 만드는 시험가공 단계였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주)젊은농부들은 국내 최초로 농장 체험과 캠핑을 결합한 팜핑을 운영했다. 블루베리 생산을 비롯해 가공품 제조 및 판매, 수확체험, 팜핑, 카페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10월에는 레스토랑을, 장기적으로 펜션도 지을 계획이다.

# 파우치를 버린 고급화 전략

음성군 감곡면 영산로 288번지. 젊은농부들은 10만여㎡ 공간에서 약 3천주의 블루베리와 블랙초크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7천여㎡ 공장부지에는 가공시설과 저온저장고를 갖췄다.

이곳에서 블루베리 즙과 잼을 비롯해 발효원액과 비누를 생산하고 있다. 가공품들은 온라인 쇼핑몰 보라마켓(www.boramarket.com)과 디저트카페 '보라샵'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석무 대표는 몇 년 전 파우치 생산을 중단했다. "대부분의 농가에서 파우치 형태의 즙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하고 고급화 전략을 쓰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농부들은 110㎖ 크기의 병을 수입해 고급화 전략에 나섰습니다."

수입업체에 의뢰해 원하는 사이즈의 병을 찾는 데만 4개월은 족히 걸렸다. 110㎖ 사이즈의 유리병이 국내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작은 농가에는 제약이 많았다.

이 대표는 운이 좋은 경우였다. "저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수입을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농가들은 시장진입이 어려워요."

유리병에 담긴 블루베리 즙은 Realberry-안토365라는 상품으로 출시됐다. 원료를 그대로 눌러 짜 저온 살균한 이 제품은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은 친환경 본연의 음료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Realberry-안토365는 현재 회원을 모집해 판매중이다. 연 회원을 모집해 한 달에 30병씩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단골 관리, 비수기 수익 증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이 대표는 농촌체험캠핑 팜핑장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기존 카페를 베이커리 카페로 만들고 팜핑장에 레스토랑과 펜션을 짓는 구상을 구체화 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10월부터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주)젊은농부들은 국내 최초로 농장 체험과 캠핑을 결합한 팜핑을 운영했다. 블루베리 생산을 비롯해 가공품 제조 및 판매, 수확체험, 팜핑, 카페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10월에는 레스토랑을, 장기적으로 펜션도 지을 계획이다.

# 좋은 교육장, 관광농원의 꿈

"올해부터 블루베리가 폐업지원금 품목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블루베리 생산농가가 많아졌다는 얘기겠죠. 중요한 것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느냐 아니면 수요가 제 위치까지 올라오지 못했느냐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도 블루베리 생과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6차 산업의 핵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석무 대표는 6차 산업의 핵심은 농업인이 농업생산에 맘 놓고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산에만 전념하는 농가는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곳보다 가공이 좋지 못한 게 당연합니다. 개인이 1차와 2차, 3차를 다 해야 한다는 접근은 잘못 됐죠. 지역단위 6차 산업으로 가야 합니다. 상품으로 나갈 수 있는 것과 버려지는 농산물이 모두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게 6차 산업의 성공이죠."

이석무 대표는 상품화 되지 않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가공해 얼마나 소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지점에 지자체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지자체별 직판장 활성화, 생산농가와 가공회사 및 체험프로그램 회사와의 연계망이 중요합니다. 농가와 프로그램이, 가공공장이 한 팀을 이루고 지자체가 지원을 해주면 농가는 아무런 걱정 없이 농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되지요. 제가 생각하는 6차 산업은 그런 모습입니다."

젊은 창업인은 "농업인에게 돈을 줘 가공공장을 만들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적 도움보다 중요한 것은 유기적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주)젊은농부들은 국내 최초로 농장 체험과 캠핑을 결합한 팜핑을 운영했다. 블루베리 생산을 비롯해 가공품 제조 및 판매, 수확체험, 팜핑, 카페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10월에는 레스토랑을, 장기적으로 펜션도 지을 계획이다.

젊은농부들은 지난해 관광농원 승인을 받았다. 팜핑 시설을 없애고 그 자리에 레스토랑을 짓고 있다. 장기적으로 펜션도 지을 계획이다.

체험과 교육이 가능한 공간, 여기에 휴식을 더한 복합농장의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농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교육장으로 기능하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노동력이 충분하고 아이디어가 충분해도 1차와 2차, 3차 산업에서 모두 전문성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하나의 법인, 하나의 농가에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규모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카페와 레스토랑, 펜션을 접목한 농장을 만들려는 겁니다."

이석무 대표는 농업경영이 매력적인 이유는 농업을 기반으로 한 확장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차 농산물 가공은 물론, 농장 자체가 관광지화 될 수 있고, 교육장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농부들에게 농촌은 기회의 땅이면서 희망의 땅이다.

/ 김정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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