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호] 내과의사가 보는 의료와 사회

스타트랙에서 처럼 순간이동으로 별과 별 사이를 이동하는 기술이 미래에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완성하기까지 아직 더 많은 기술과 실험이 필요할 뿐입니다.

말기 암도 완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 이를 완결할 기술을 개발하는 중인 것입니다. 줄기세포로 새로운 장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미래에는 가능하지만, 아직 우리는 그렇게 만든 장기를 안전하게 이식할 기술이 없습니다. 2008년 11월, 저는 모 바이오 벤처회사 기술 중 이해 안되는 점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썼습니다. 이후 코메디(코리아메티컬닷컴)와 시사저널에서 관련 보도를 했다가 고발당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미래에 이루어질 수 있는 기술과 현실에 적용가능한 기술, 특히 의학기술은 다른데….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은 환자와 가족들은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공권력과 언론의 방치 아닌가요? 그리고 이를 알면서 방치하는 의사·과학자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까요?

지난달 독일 나치 정권의 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에서 아우슈비치의 학살을 방조한 혐의로 현 94세의 노인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오늘도 병실 회진을 돌면서 기적의 항암치료제를 복용하는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할아버지가 완치돼 5년뒤 웃으며 나를 찾아왔으면 하고 바라지만, 기적의 항암제나 면역보조제란 것들의 내용을 읽어보면 식약처와 국가가 이런 주장을 그냥 둬도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저는, 저와 같은 의사들에게도 불만이 많습니다. 의사들이, 대학 교수들이, 기초과학자들이 방치해 이런 문제가 한국에서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요? 포기하지 맙시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환자가 의지할 곳은 의사밖에 없습니다. 의사는 바르고 적립된 치료를 해야 할 의무가 있을뿐만 아니라, 환자가 그렇지 못한 치료를 받을 때에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환자의 권리를 의사가 지켜줄 때만 의사의 권리도 생기고 의사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http://blog.hani.co.kr/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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