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불가피하게 신사동 가로수길을 자주 가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핫플레이스. 가로수길은 3호선 신사역에서 압구정 현대고등학교 앞으로 통하는 은행나무길이다. 1980년대에는 화랑의 거리였고, 1990년대에는 패션의 거리, 2000년대에는 편집매장의 거리이었다.

지금은 가로수길 주위로 아기자기한 커피숍과 맛집, 화려한 화장품기업들의 플래그 숍, 다국적기업의 의류 매장 등이 밀집되어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하다. 가로수길은 새로운 트렌드의 뷰티, 의류, 패션 제품 등을 테스트하고 홍보하기 위한 시험 장소가 되고 있어,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대내외 기업들에게는 홍보의 전진기지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명동과 이태원 등을 찾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새로운 지역을 찾아 신사동 가로수길로 대거 몰려들면서 강남의 명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유커들은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방문한다. 일년에 수백만 명이 다녀간다. 유커들은 서울의 고궁과 관광지를 둘러보고 가로수길 등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가로수길에서 화장품을 사고 근처 성형외과에서 성형을 하고 맛집을 탐방하고 있다.

유커들이 가로수길을 찾는 이유는 한국의 첨단 패션 뷰티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이미 명동을 체험한 유커들은 명동보다 덜 복잡하고 트렌디한 강남 문화에 만족해하고 있다. 최근 관광업계에 따르면 유커들의 재방문 비율이 줄고 있고, 방문객수도 정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류 문화에 약간 식상한 유커들은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필요할 것이다.

가로수길 얘기를 하다 보니 80년대 학창시절 청주에서 핫플레이스였던 성안길이 떠올랐다. 그 때는 본정통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본정통이라는 이름이 일제시대의 유산이라하여 성안길로 고쳐 부르고 있다. 성안길은 청주에서 서울의 명동과 같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트렌디한 거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비해 상권이 상당히 죽고 활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신 새로운 상권이 등장하여 트렌디한 거리를 연출할 수는 있으나, 청주에서 외지에 알려질 정도로 뚜렷하게 이름이 나고 있는 거리가 없는 것 같다.

서울의 경우에도 거리가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를 보였다. 강남의 경우에도 방배동 카페거리나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한때 흥성하였으나, 지금은 그저 그런 거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어딘가는 시대와 맞닿아 누구나 찾고 싶은 거리가 되곤 하였다. 차제에 성안길이 외지에서 찾고 싶은 거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거리는 문화와 이야기와 어울려 외지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 20년을 넘어가며 이제 서서히 지역의 명소 거리가 등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인 나라들을 살펴보아도 반드시 수도에만 가볼 만 한 곳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가야 꼭 볼 수 있는 것들이 있기에 취향에 따라서는 그 지역을 방문하는 게 훨씬 만족도가 높기도 하다.

마침 충북도에서도 유커들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취약한 숙박시설과 교통을 확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충북에는 청주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실정은 단순히 거쳐가는 곳에 머물고 있고 체류관광은 되지 않고 있다.

유커들이 즐겨 찾는 쇼핑상품이 화장품인데, 충북은 이 분야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관련 엑스포가 열리고 있고, 테마파크가 조성이 되고, 도지사가 나서서 산업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유커들이 쇼핑할 만한 명소가 아쉽다. 성안길이 가로수길과 같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뷰티산업으로 맞닿아 있는 가로수길과 성안길이 자매결연을 맺어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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