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부 가혹행위 여부 수사 … 지척 오송에 노모 생존 안타까움 더해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축사에서 지적장애인 A씨(신원미상)가 13년 동안 강제노역을 한 것과 관련,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A씨가 머물렀던 숙소가 축사와 1m 거리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숙소에는 작업복과 모자, 이불 등이 있었으며 개인생활을 위한 생필품은 전혀 구비돼있지 않았다. A씨는 지난 11일 집을 나선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신동빈

[중부매일 황다희·송휘헌 인턴기자] 청주의 한 60대 부부가 지적 장애인을 자신이 소유한 축사에서 무려 18년간 강제노역 시킨 이른바 '축사노예 장애인' 사건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청주청원경찰서는 14일 지적 장애인에게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 등)로 A(69)씨와 B(62·여)씨 부부를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 1998년께 직업소개업자로부터 C(48)씨를 소개받아 자신의 축사에서 18년 동안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일 C씨가 한 회사 건물에 침입해 경찰에 신고가 들어오며 밝혀졌다.
C씨는 "장맛비를 피해 건물에 들어왔다"며 "주인이 무서워 집에 가기 싫다"고 귀가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씨의 어눌한 말과 행동을 수상히 여기고 주변 탐문수사를 실시해 C씨가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A씨 부부의 축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께 C씨가 일하는 축사에 수사팀을 급파했으나, 경찰을 보고 겁은 먹은 C씨는 마을 뒷산으로 달아났다.

C씨는 사흘 간 이 마을을 떠돌다 14일 오후 2시께 한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발견됐다.
조사 결과 C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20여 년 전 집을 나와 A씨 부부 집에 머물러 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부부는 C씨를 '만덕이(가명)'라고 부르며 축사 바로 옆 3평 남짓한 작은 창고에서 소를 돌보게 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A씨는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것은 맞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C씨 가족이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 확인 결과 현재 C씨의 어머니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생존해 있다.

그러나 어머니 역시 장애가 있어 20여 년 전 집을 나간 C씨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씨를 상대로 축사 주인 부부의 가혹행위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한편 마을 주민들은 "C씨는 장애인인데다 지적 능력이 떨어져 평소 축사일만 했다"며 "축사 주인들의 감금과 폭행은 없었다"고 전했다. / 황다희·송휘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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