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톡톡톡] 받은 도움 지역에 돌려주고자 시작...동네 독거노인에 5년째 자발적 봉사

다문화적십자봉사회는 매년 사랑의 김장나누기, 도배 장판 교체 등 집수리, 독거노인을 위한 빨래 봉사 등을 하며 해 오고 있다.

[중부매일 유승훈 기자] 우리나라가 다문화시대에 접어든지 이미 오래다.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노동자, 새터민 등 다른 피부와 종교, 풍습을 가진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 속에서 조화를 찾아가는 다문화시대는 단일민족으로 살아 온 우리사회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여년간 우리사회는 베트남과 중국, 몽골, 필리핀 등 결혼이주여성이 많이 입국하면서 농촌 총각들과 가정을 이루며 지역을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서 보편화된 다문화가정은, 이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다문화가족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5년째 동네 독거노인과 집수리 봉사 등을 펼치고 있는 보은군 수한면 다문화적십자봉사회(회장 지순철)를 찾아 알콩달콩 살아가는 얘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보은군 수한면 다문화적십자봉사회 지순철(51) 회장은 "지자체나 주위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온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이제는 우리도 뭔가 도움을 주며 살아가자는 취지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요"=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지요."

보은군 수한면 다문화적십자봉사회 지순철(51) 회장은 "지자체나 주위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온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이제는 우리도 뭔가 도움을 주며 살아가자는 취지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11년 출범한 수한면 다문화적십자봉사회는 관내 거주하는 19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사랑의 김장나누기, 도배 장판 교체 등 집수리, 독거노인을 위한 빨래 봉사 등을 하며 해 오고 있다. 특히 회사원과 농민, 자영업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다문화적십자봉사회 회원들은 봉사 활동에 남편과 아내는 물론 아이들까지 함께 참여하며 단합된 모습을 키운다.

◆기금 마련 위해 옥수수 농사= 수한면 다문화적십자봉사회는 다양한 봉사 활동을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올해는 옥수수와 감자를 심었다. 그동안은 회원들이 보은군에서 환경미화를 위해 실시하는 제초작업을 하며 기금을 마련해 왔다.

올해부터는 기금을 조금 더 늘려 봉사활동을 안정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주한(51) 부회장은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 순수하게 회원들의 힘으로 봉사를 하자는 의미를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기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매년 풀깎이 작업을 할 때마다 남성들은 현장에서 일을 하고, 여성들은 음식을 준비한다. 땀 흘린 뒤 함께하는 식사시간에는 아이들까지 한 곳에 모여 음식을 나눈다. 봉사회 활동을 하며 타국에서의 외로움은 줄이고 가족의 정은 키우는 분위기다.

◆손발이 척척 맞는 봉사 활동= "이제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일의 순서에 따라 착착 움직입니다."

차복현(43)씨는 "회원들이 5년째 호흡을 맞추다 보니 봉사 활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이 나눠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배나 장판, 김장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힘을 쓴 일은 남성들이, 섬세한 부분은 여성들이 맡아서 하게 됐다.

집수리를 할 경우 남성들은 무거운 가구를 나누고, 여성들은 주방청소를 하게 된다. 또 남성 회원들도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돼 있어 전기나 도배 등 나름의 역할이 있다.

◆"우리가 만든 김치가 최고"= 매년 관내 경로당과 독거노인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는 이제 중요한 행사가 됐다. 보다 좋은 재료와 맛있는 김장을 담그겠다는 회원들의 마음이 더해져 다문화적십자봉사회가 만든 김치가 호평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경로당 어르신들은 봉사회에 연락해 '김치를 더 줄 수 없냐'고 묻기도 한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윤주한 부회장은 "처음에는 다문화가정에서 담근 김장이 무슨 맛이 있겠냐며 의구심을 가지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봉사회에서 만든 김치를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나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더 어려운 이웃 웃는 모습에 보람= "한국사람으로 살면서 주위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베트남 출신 결혼 11년차 짠티타이(35)씨는 "직장 다니면서 집안 일을 하느라 피곤하지만, 더 어려운 이웃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이 같이 말했다.

수한면 다문화적십자봉사회는 지역의 주요한 봉사 단체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제는 회원들의 집수리와 김장, 빨래봉사 등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고마워' 진심으로 느껴지는 이 한 마디에 피로도 가시고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지순철 회장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단합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을 이루고 있는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유승훈 / 보은

[취재후기] "봉사로 보람·기쁨 얻어 좋지만 … 여유없어 가족여행 꿈 못꿔 아쉬워요"
"어서 오세요, 음식 좀 드시죠."

지난 15일 '참전유공자 및 가족 초청 위안잔치'를 마친 보은군 수한면 다문화적십자봉사회(회장 지순철) 회원 10여명이 반갑게 맞는다.

베트남 출신인 짠티타이(36)와 누앤녹자우(30)의 손님 맞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시골 아낙이다.

해마다 경로위안잔치, 헌혈캠페인, 김장나누기, 세탁봉사 등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취재를 하겠다고 밝히자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다.

'뭐 대단한 일이냐'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엄연히 다문화시대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있는 일부 사회적 편견과 다문화가정 2세 교육을 주제로 얘기하자 금세 집중한다.

그리고 이내 "다문화적십자봉사회 활동을 통해 이웃간 단합을 도모하고 보람을 느껴 의미가 크지만, 결코 여유가 있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차복현(43)씨는 "봉사활동을 하며 어르신들이 고마워 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은 좋지만, 정작 수년째 가족여행을 가지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짠티타이씨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것도 의미는 있지만, 가끔은 가족들끼리 바닷가나 유명 관광지를 가고 싶다"고 밝혔다.

지순철 회장은 "회원들이 품을 팔아 마련한 기금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회원들끼리는 제대로 된 단합대회도 못한 것 같다"며 "내년에는 회원 가족들과 함께 바닷가나 관광지로 떠나는 단합대회를 추진해 보겠다"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일방적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다문화적십자봉사대는 어쩌면 한국의 국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하는 다문화시대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유승훈 /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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