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스마트 농업과 6차 산업의 미래] ⑮ 회오리유한회사

농업회사법인 회오리유한회사 정은숙 대표가 절단한 회오리감자를 꼬지에 꽂고 있다.(사진 위) 꼬지단계를 거친 회오리감자는 유탕처리를 거친 후 급속 동결해 유통된다. 국내산 100% 생감자만 사용하는 회오리감자는 한국 전통음식 문화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상품성이 적은 규격 이하의 감자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거듭났다. 생감자를 나선형으로 깎아 튀겨낸 일명 회오리감자. 프랜차이즈와 분식점, 대형마트의 푸드코트와 휴게소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회오리감자의 원조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충북 옥천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회오리유한회사(대표 정은숙). 2006년 처음 회오리감자 아이디어를 내고 2009년 상표 등록과 디자인등록을 마친 회오리감자의 원조다. / 편집자

# 홀대받는 중간감자의 반전 스토리

큰 감자, 조림용 감자와 달리 작은 규모의 중간감자는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한다. 상품성이 떨어지다 보니 판매 자체가 쉽지 않다.

회오리 감자는 바로 이 중간 감자의 활용을 고민하다 탄생했다. 판로가 막힌 중간감자로 어떻게 하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2006년 즈음일 거예요. 옥천 옆 영동은 감이 유명한데 감 깎는 기계를 보고 저거다 생각했죠. 나선형 모빌 모양에 꼬치를 꿰어 팔아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듬해 억지로 모형을 만들어 봤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상품으로 완성된 것은 2009년이었습니다."

정은숙(44) 대표는 회오리감자의 탄생 스토리를 이렇게 회상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찐 감자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비비 꼬인 회오리 감자에 관심을 보였고, 어른들도 새로운 모양의 감자 안주에 호감을 나타냈다.

완성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제품의 갈변을 방지하기 위해 전용가루를 만들어야 했고, 번개로 냉동고 가동이 중단되면서 제품을 모두 내다버린 적도 있었다.

적지 않은 시간과 사업비를 쏟아 부었건만 시장은 곧바로 회오리감자 짝퉁을 양산했다. 정은숙 대표는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회오리 감자는 모두 짝퉁이라고 말한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받은 회오리감자는 길거리 음식으로 납품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업회사법인 회오리유한회사는 지난 2014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HACCP 지정을 받았다.

국내산 100% 생감자만 사용하는 회오리감자는 한국 전통음식 문화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첫해 컨테이너 2개로 시작한 회오리감자는 1년 후 60평 건물을 지었고 이듬해 80평으로 공장을 증축했으며, 지난해에는 800평 규모로 확장했다.

감자 사용량은 2천톤 가량. 지난해 80억 원을 달성한 매출은 올해 1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 생각의 전환과 다양한 감자 제품들

크기가 작은 중간감자는 좋은 품질과 좋은 저장환경 속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출발은 생각의 전환이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나라와 감자 가공품을 만드는 나라에 수출을 목표로 한국의 감자, 옥천의 감자를 알리고 있다.

감자 가공품은 회오리감자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익숙한 감자스틱, 웨지감자, 벌집감자를 비롯해 감자고로케, 주름감자스틱, 아코디언감자를 출시했다.

회오리감자를 응용한 떡회오리감자, 소시지회오리감자가 대표적이다. 생각의 전환 이후 어떤 형태로든 감자를 제품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자연스럽게 지역 생산농가들과의 협업 기회도 늘어났다. 감자 생산 농가 이외에도 떡회오리 감자를 만들며 쌀 생산 농가와 거래를 트게 됐다. 햅쌀로 떡을 만들어야 하니 지역의 떡집도 좋은 일이다.

정은숙 대표는 제품의 모양을 다양화하는데서 나아가 최적의 맛을 잡는데도 성공했다. 초기의 회오리감자가 사계절 일정한 두께로 만들어 유탕 처리한 나선형 감자였다면 요즘은 계절에 따라 두께가 다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감자를 제품화하는 과정

감자를 깎는 과정과 회오리 모양으로 창조되어 제품화 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는 감자갈변과 저장의 문제, 시기별 감자의 두께, 시기별 감자의 수분함량 변화를 인지하게 된다. 최고의 식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탄력적 제품 생산으로 이어졌다.

"계절에 따라 감자의 두께를 조정합니다. 처음 수확할 때는 수분함량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두껍게 깎지만 12월이 지나면 수분이 빠지기 때문에 두께를 얇게 만들어야 합니다. 튀기는 온도도 달라지죠. 말은 안 해도 농산물은 숨을 쉬고 있어요. 최고의 맛을 얻으려면 제품화하기 위한 최고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오리감자와 기타 감자가공품은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이루어낸 창조물인 셈이다.

# 돌고 도는 상생의 지역 순환공동체

회오리유한회사의 회오리 감자는 돌고 도는 상생협력을 지향한다.

지난 10년 동안 옥천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원료 생산자과 가공업체인 회오리유한회사, 농협 등이 상생 파트너로 깊은 신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옥천 대청농협과 매년 구매계약을 맺고 있어요. 농협이 농가와 계약을 하고 종자보급소가 인정한 정품 종자를 공급하면 이것을 다시 수확해 선별 저장한 후 우리 회사에 원료로 공급하는 시스템입니다. 농협은 큰 사이즈 감자를 좋은 가격으로 농협유통에 공급 할 수 있어 좋고, 작은 사이즈 감자 처분은 경매시장이 아닌 회오리법인에 고정 단가로 공급하니 서로가 좋은 거죠."

농가와 농협은 작은 감자를 고정된 단가로 판매할 수 있어 수익이 창출되고, 회오리유한회사는 원료인 감자의 품질과 선별이 좋아져 20% 정도의 로스율과 폐기율을 잡을 수 있어 경제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은숙 대표는 지역 생산농가와 농협과의 이러한 상생협력을 "회오리감자는 돌고 돌아 우리에게 돌아 온다"고 설명했다.

1차 생산자와 2차 가공업체, 3차 유통 및 판매 회사가 모두 유익한 지역단위 선순환 공동체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회오리유한회사는 제품 생산 후 남은 감자 잔여물을 인근 한우 농가의 사료로 제공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장에서 나오는 모든 폐기물은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재활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얼마 전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이 개정되면서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과 공정별, 협잡물 분류코드가 신설됐다. 법이 개정되면서 음식물류 폐기물은 산업폐기물에서 제외됐다.

공장에서 쓰고 남은 감자 부산물이 주변 한우농가의 사료 가공 재료로 활용되면서 지역의 한우농가도 회오리유한회사의 상생협력 파트너가 됐다. 돌고 도는 감자, 돌고 돌아 우리에게 돌아오는 회오리감자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난 6월 회오리유한회사는 첫 해외 수출에도 성공했다. 싱가폴 수출 이후 8월 추가 선적을 계획하고 있다.

정은숙 대표는 회오리유한회사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재배 농가를 위한 경작 견학과 회오리전용감자 농장화를 통해 감자농가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어요. 기업의 발전이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지고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되어야 상생협력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옥천 감자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수입 감자 가공품을 대체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 김정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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