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경영의 양대 이슈는 매출증대와 비용절감이다. 호황 시에는 매출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확대하고 불황 시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직을 축소한다. 기업경영의 양축에서 공통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조직이다. 따라서 조직이 사람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애덤스미스가 주장한 분업이 개인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활동의 방법론인 것처럼 조직의 본질은 개인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업을 통해 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노력은 매우 의미가 크다. 특히 모든 경제활동이 인간의 욕망을 토대로 전개되기 때문에 기업의 흥망성쇠가 구성원의 능력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에서 인문학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그러한 논리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직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구장창 인문학 강의를 들려주고 독서를 장려하면 되는 것인가. 이점에 대해서는 학습 방법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 먼저 인문학 학습을 통해 구성원의 판단 능력의 변화 수준을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판단 능력의 평가 방법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흔한 대화로 대표되는'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무한소급의 대화로 회자되지만 인문학 학습 결과,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한지 판단해 보는 것이다. 개념 정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답변이 가능하고 그렇지 못하면 무한소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문학 학습이란 과거의 역사를 통해 경험을 쌓거나 문학을 통해 자신을 투영해보거나 사회적 이슈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판단해보는 것이다.

따라서 인문학을 학습한다는 것은 인간이 안고 있는 모호한 것에 대한 개념을 정의해가는 것이다. 언제인가 코미디프로에서'애매한 것을 정리해주는 남자'라는 코너가 있었다. 현실적인 이슈를 코믹하게 풀어나간 프로그램이었지만 본질은 매우 철학적인 코너였다. 그러한 개념 정리가 개인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안정된 조직의 리더십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인문학(人文學)은 인간의 가치를 연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생각을 주로 연구하므로 인문학의 결실은 개념을 명확히 정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동양의 공자, 서양의 소크라테스 시대부터 주자학, 양명학, 그리고 퇴계 이황까지 연구된 성리학의 본질도 인간의 본성과 마음에 관한 연구이다. 플라톤의 저서인 파이드로스에서 발명의 신인 테우스가 이집트의 왕인 타무스에게 백성들에게 문자를 만들어 읽히게 하면 백성들이 현명해질 것이라고 조언을 한다.

그런데 타무스는 백성들이 글을 읽게 되면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자의 보급을 반대하였다. 최근 SNS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식 때문에 사람들이 기억하고, 생각하지 않아 그 기능이 퇴화된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사람의 생각에 대한 중요성은 수천 년 전부터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 핫이슈였으며 인류역사의 끝이 없는 연구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조직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념(concept) 정리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생각해보자. 예컨대 보통 식당의 식탁에 준비된 벨을 생각해보자. 하찮은 벨이지만 벨의 개념을 정리하는 방향에 따라 식당의 성공과 실패가 갈릴 수도 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벨의 기능을 통해 고객서비스를 하고자 벨을 설치한 식당보다 벨은 설치하지만 가급적 벨 소리가 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식당의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고객이 벨을 누른 후의 종업원 행동은 서비스가 아니라 요구사항에 대한 의무적 이행이고, 벨을 누르기 전에 고객의 요구를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고객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단 능력의 향상은 의사결정의 폭을 넓혀 줄 것이다. 경영관리에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의사결정이다. 따라서 인문학 학습 결과는 리더의 의사결정능력을 높여줄 것이다. 물론 조직의 본질은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고 외형적으로는 창의적 융합형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창의(創意)를 높이기 위해 이질적인 개인의 역량을 집중하여 개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고전 서유기에서는 무능해 보이는 삼장법사와 다재다능하지만 천방지축인 손오공, 그리고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저팔계, 사오정이 모여 각각 조직력을 완성하는 한 조각으로서 소임을 다하면서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하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