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창조경제팀장

창조경제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들린다. 농경사회와 중공업 사회가 지나고 서비스산업이 확대되면서 국가간의 경쟁 패러다임이 창조적, 감성적, 감각적 차별화전략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개인의 아이디어와 창조적 열정이 자본이 되는 세상, 무형의 가치가 유형의 행위 또는 제품과 만나면서 개인은 물론이고 도시와 국가의 미래를 견인하게 되었다.

존 호킨스는 지금이야말로 토지나 자본이 아닌 인간의 아이디어가 경제적 가치창출의 기본이 되는 창조경제의 시대라고 했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창조경제를 예술, 문화, 기술, 거래와 같은 지적자본을 핵심요소로 하면서 재화와 용역의 창조, 생산, 분배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보았다.

일찍이 산업혁명을 이끌면서 경제부흥의 성공가도를 달리던 영국은 산업사회의 폐단과 몰락을 함께 맛보면서 이에 대한 돌파구로 문화산업을 시작했다. 공연·디자인·방송·출판·음악·게임·축제 등의 문화 전 장르에 걸친 창조적 아이디어를 자원화한 것이다. 또한 방치되었던 산업시설과 도시의 폐공간을 접목시켜 창조도시로 이끌고 있다.

창조성과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는 정책, 창의성을 중심으로 한 인재양성 시스템, 지역별 특화된 콘텐츠 산업과 도시 활성화 전략에 몰두한 결과다. 글라스고우는 버려진 산업시설을 음악, 디자인, 패션 등으로 차별화하면서 유네스코 창조도시로 재생했고 에든버러(축제), 리버풀(음악), 브리스톨(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으로 풍요를 누리지 않던가.

프랑스는 시각예술, 행위예술, 문화유산, 건축디자인, 영화, 음악, 출판물, 교육분야, 문화생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문화산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샤를 드 골은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조르주 퐁피두, 프랑스아 미테랑, 자크 시라크, 니콜리 사르코지 등 역대 대통령들이 문화정책에 특별한 관심과 정책을 펼친 것은 유명한 사례다. 프랑스는 정부주도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문화의 지방 분산화, 문화산업의 장르별 지원프로그램, 문화예술인력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문화강국, 문화도시의 굳건함을 지킬 수 있었다.

우리의 이웃 중국은 문화창조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영화·음반·출판·만화·게임·음악 등에 걸친 공격 경영을 통해 문화산업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게임·애니메이션·만화·방송 등 일본 특유의 콘텐츠 세계화를 펼치고 있다. 또한 도시별로 차별화된 문화정책을 통해 지역문화가 자본이 되는 세상을 이끌고 있다. 가나자와(공예, 디자인, 음식), 요코하마(디자인, 생태, 도시재생), 오타르(영화, 음악, 공간재생), 유후인(생태, 공예, 축제), 니가타(음식, 만화, 축제) 등 대부분의 도시가 전통문화와 자연환경, 그리고 시민참여 콘텐츠를 통해 삶이 곧 경제가 되고 행복을 견인하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한국도 창조경제에 올인하고 있다. 창조경제, 문화융성, 국민행복이라는 국정지표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 지식, 기술 등 융복합 창조콘텐츠와 ICT 산업을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을 삼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세계적인 문화상품, 세계적인 문화자원이 될 수 있는 문화생태계를 만들고 전략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산업진흥법,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서는 문화상품과 콘텐츠 산업의 기획·개발·제작·생산·유통·마케팅 등을 지원토록 하고 있으며, 지역문화진흥법과 국가군형발전특별법에서는 지역문화 차별화·브랜드화, 지역간·콘텐츠간 연계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지자체도 창조경제에 발 벗고 나섰다. 지역의 고유한 삶과 멋을 자원화하고,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저마다 차별화된 브랜드 개발과 문화콘텐츠 특성화에 힘쓰고 있다.

도시개발, 축제, 관광, ICT, 6차산업 등 전방위에 걸쳐 다양한 스토리와 감성, 창의력과 혁신을 가미시키고 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의 조건으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등 다섯 가지를 주장했다. 갈 길 잃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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