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카드를 뽑았다. 총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 목표로 구조조정 지원, 일자리 창출 및 민생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재정 보강 등 4가지가 꼽혔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절박함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리나라에 대해 저성장·저물가가 장기화하면서 내년 경기흐름이 악화될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응해 금리인하와 금융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 대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확장적 재정지출 등의 정책과제를 주문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추경예산 편성은 대안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추경만으로 지금의 난국을 극복할 수는 없다. 대내외 환경변화는 논외로 하더라도 올해 초 'CES 2016'과 '다보스포럼'에서 확인된 것처럼 빠른 혁신의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하면 디지털 빅뱅이다. 이를 촉발하는 핵심기술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가치를 생산하는 네트워크, 세상을 지배하는 알고리즘, 무한히 확장 가능한 아키텍처를 자산으로 불연속적인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은 튼실한 반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SW분야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그렇다면 ICT기반 지능정보산업을 난관 돌파의 '제5원소'로 삼고 '스마트팩토리', '디지털헬스케어'와 같이 당장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주변 여건은 어렵지만 반전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내수보다는 수출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고 수익성과 성장성에서도 일반 중소·중견·대기업에 비해 높으며 소비재 업종으로의 벤처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있다.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과 신흥국 소비시장을 뚫고 있는 '벤처천억기업'이 그들이다.

얼마 전 벤처기업협회는 2015년 기준으로 매출 1000억 원 이상 달성한 벤처기업 수가 전년보다 14개(3.0%) 증가한 474개라고 밝혔다.

이들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14년 대비 2015년(2129억 원) 기준으로 5.4% 증가하면서 대기업 -3.8%, 중소기업 4.2%를 웃돌았다. 수익성 면에서는 2015년 기준으로 매출액 영업이익률 7.5%, 매출액 순이익률 5.2%를 달성해 대기업 5.2%, 4.3% 중소기업 5.1%, 3.1%를 앞질렀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성장률은 -8.0%로 부진했지만 이들 수출은 평균 18.7% 늘었다.

이들의 매출액 합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215조원), 현대차(163조원), SK(137조원), LG(114조원)에 이어 재계 5위권(101조원)이다. 재계 10위까지의 매출 총액과 비교한 비중은 2005년 2.9%에서 2015년 10.3%로 대폭 높아졌다.

충북의 벤처천억기업은 2015년 기준 25개사로서 총 474개 중에서 5.3%를 차지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3%대에 머물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양호한 수치다. 이들의 성공요인으로는 적기에 이뤄진 벤처투자, 산업재산권 등 기술력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거론된다. 경제성장의 주역이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단순 제조의 부가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지만 제조와 연결된 전·후방 가치사슬의 강화 추세가 뚜렷하다. 제조업의 생산과정에 중간재로 투입되면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SW개발·공급, 컴퓨터프로그래밍,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지식기반서비스산업 육성도 서둘러야 한다. 이들은 지역별·업종별로 입지적 특성이 상이한 바 경쟁우위 제조업과 연계한 집적 및 클러스터 촉진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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