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간의 무한애정 38년 연극 역사를 쓰다

밤낮없는 연습으로 제29회 충북 청소년연극제 대상을 거머쥐고 난 후 촬영한 충북여고 연극동아리 '하나로' 단원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38년. 충북여자고등학교(교장 김용범) 연극동아리의 역사다.

지난 1979년도 창단됐다. 충북여고 연극동아리 '하나로'는 오랜 전통만큼이나 실력도 뛰어나 많은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4년 교육부의 예술교육사업에 선정돼 3년째 지원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학교 여건상 연극 전용연습실이 없어서 강당을 빌려 쓰고 있다. '하나로'의 소원은 전용연습실을 마련하는 것이다. 제29회 충북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목표로 정한 이유다. 제20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참가팀 선발을 겸한 충북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타면 전국무대에 서게 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학교 측에 그 노고를 헤아려 연습실을 마련해 달라는 압박(?)용이다.

지난 21일 기자가 '하나로'의 연습장을 찾았다. 연극 연습을 하고 있는 강당은 시끌벅적했다. 한쪽에는 배드민턴 등 운동하는 학생들이 있고, 연극동아리도 다른 한쪽을 차지했다. 대사 전달도 되지 않을 것 같은 환경에서 연습이 제대로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북여고 연극동아리 단원들의 연습 장면

2학년 주인경 학생은 "저희 학교는 공연 동아리가 많아요. 뮤지컬 등 다른 동아리는 공연실이 다 있어요. 그런데 '하나로'는 역사도 깊고 상도 많이 탔는데 아직 전용 공연실이 없어요. 강당을 빌려서 연습하고 있지만 동시간대에 저희만 사용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동아리와 함께 사용하게 되면 옆에서 노랫소리도 들리고 비명소리 들리고 집중이 깨져 연습이 잘 안돼요. 더 힘든 경우는 강당을 못 빌리면 운동장에서 연습을 할 수밖에 없어서 여름에는 모기도 물리고, 겨울에는 감기에 걸리면서 연습해요. 힘들지만 앞으로도 연극은 계속할거예요. 전용연습실을 만들어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라며 전용연습장이 없어 불편한 점과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말했다.

연극동아리도 명목상 동아리실이 있기는 하다. 학교 측에 사정해서 얻은 곳은 아주 협소해 배우들의 동선도 안 나와 연극연습을 하기 에는 무리가 있어 의상, 소품 보관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2014년 교육부의 예술교육사업에 선정되기 이전에는 동아리 운영도 힘들었다.

연극동아리 '하나로'의 장(長)을 맡고 있는 김지원(2학년) 학생은 "지금은 지원금으로 소품을 사지만 그 전에는 선배님들이 매일 200원씩 내서 한 달에 몇 천 원씩, 몇 만 원씩 모아서 썼다고 들었어요. 축제공연 때는 학교에서 지원금이 조금 나오지만 간단히 요기할 정도로 별 도움이 안돼요. 이번 연극제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면 우리들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충북여고 연극동아리 단원들의 연습 장면

이날 연습하는 강당에는 3학년 학생도 2명 있었다. 마침 이날은 2017학년도 4년제 대학의 수시모집요강이 발표된 날이다. 수시를 코앞에 둔 3학년 허하나 학생은 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하는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집에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배우가 꿈은 아니지만 2학년 때 참여한 연극을 통해 소극적이던 성격이 밝아지는 등 학교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 3학년 유은호 학생은 이번에 조연출을 맡았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졸업한 선배들도 공연이 있을 때 학교에 들러 발성, 발음을 지도해주는 등 후배들을 격려해준다. 이런 선배들의 무한애정이 38년 전통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충북여고 연극동아리 '하나로'에는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중학교 때부터 연극을 하고 있는 최수빈(2년) 학생은 이번 충북청소년연극제 공연작품 '죽음 혹은 아님'에서 '작가'와 '오토바이 사고자' 1인 2역을 맡았다.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최수빈 학생의 롤모델은 배우 공효진이다. 라미란도 좋아한다.

"여배우라고 하면 몸매도 좋고 미인이지만 두 분은 예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연기를 잘 하니까 매력적으로 보여요. 저도 그런 연기파 배우기 되고 싶어요."

충북여고 연극동아리 단원들의 연습 장면

서예원(1년) 학생은 "중학교부터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중학교 때는 연극하는 방법을 잘 몰랐어요. 전통 깊은 '하나로'에서 많은 정보도 알게 되고 제대로 연극을 배우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올해 22명의 단원들이 활동 중이다. 대회를 앞두고 평일은 물론 주말도, 방학도 없이 연습에 매진한다. 이런 생활이 힘들기도 하지만 단원들끼리 친해지고 각별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 학업활동에 눌려 표출하지 못한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미처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노력하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하나로'의 1차 꿈도 이루어졌다. 지난 26일 발표된 제29회 충북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동근 연극동아리 지도교사는 우수지도교사상을 탔다. 제20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참가 티켓을 거머쥐었다. 오는 8월 12일 서울에서 오랜 소망을 담은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충북여고 연극동아리 '하나로' 단원들이 전용연습실에서 열정을 쏟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 김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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