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인턴'하면 정직원이 되기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 직장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청년들만 인턴사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작년 가을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낸시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은 온라인쇼핑몰에 입사한 70대초반의 노신사가 주인공이다.

이 '젊은노인'은 지금은 사양사업이 된 옛번화번호부 회사의 부사장으로 퇴직하고 상처(喪妻)까지 하면서 무의미해진 삶에 활기를 찾기 위해 우연히 인턴 모집 광고를 보고 이 회사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한다. 까칠한 30대 여사장과 70대 남자 인턴,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시니어인턴은 젊은이들이 갖추지 못한 어른으로서 자세와 책임감, 오랜 직장경험과 노하우로 젊은이들이 우글거리는 회사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각인시킨다.

이 영화를 보고 환타지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령화사회에서는 현실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생계형이든, 보람형이든 일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평균나이 74.5세의 노인들의 좌충우돌 해외여행을 소재로한 TVN의 '꽃보다 할배'가 한때 화제를 모은것도 트렌드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를 쓰고 배낭을 짊어진 노인들은 지도를 보고 관광지도 찾아가고 뒷골목을 다니며 유럽의 속살도 엿본다. 허름한 모텔의 비좁은 방에서 2∼3명이 잠을 자고 밤에는 잡탕찌게를 끓여놓고 소주한잔으로 여행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이들 모두 나이가 무색해 보인다. 하긴 팔순을 넘긴 이순재도 세련된 옷차림으로 파리와 스트라스부르그의 번화가를 성큼성큼 걷는것을 보면 '고령'을 실감할 수 없다. 이들이 연예인이라서 젊어보이는 걸까. 필자가 보기엔 현역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젊은 것이다. 일이 있다면 나이가 많아도 자기관리는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0세를 넘긴 고령자를 조사했더니 전국적으로 3천159명에 달했다. 10년전에 비해 무려 세배이상 증가했다. 특히 충북괴산은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한 100세 이상 수는 42.1명으로 한국 최고의 장수고장으로 꼽혔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100세노인들은 절제된 식습관(39.4%)과 함께 규칙적인 생활(18.8%)을 꼽았다.

하지만 장수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황혼을 맞는 노인들의 어깨에는 깊은 회한이 묻어있다. 서산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과 곱게 물든 단풍이 눈부신 만추의 계절은 아름답지만 인생의 늦가을은 쓸쓸하고 불안하다. 일본처럼 '무연(無緣)사회'와 '고독사'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70~80대 노인들을 위한 문화공동체와 사회안전망을 가동해 말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칼융은 인생후반에도 분명한 삶의 의미와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사는 것이 비극이 아니라 축복이 되려면 건강이든 경제력이든 본인 스스로가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발등의 불처럼 성큼 다가왔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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