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스마트 농업과 6차 산업의 미래] 17. 불휘농장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 위치한 불휘농장은 소믈리에 자격을 가진 이근용 대표가 양조하고, 농촌형지도사인 아내 이성옥 팀장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가형 체험 와이너리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난계국악기제작촌이 위치한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는 소믈리에가 양조하고 농촌형지도사가 운영하는 농가형 체험 와이너리가 있다. 각종 와인 품평회에서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받으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 '시나브로'라는 브랜드로 레드 스위트·화이트·레드 드라이·스파클링 와인을 제조하고 있는 불휘농장(대표 이근용)을 찾았다.


# 토종와인의 가능성을 열다

불휘농장이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양조 면허를 획득해 제품 판매에 나선지 3년만의 쾌거였다.

2014년 화이트 와인으로 국제 소믈리에협회 동상, 청수와 두누리 품종으로 만든 제품 로제를 통해 제1회 한국와인대상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5년 9월에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청수라는 청포도로 만든 '시나브로 화이트 와인'이 금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최고의 와인품평회로 꼽히는 이 대회는 국제와인기구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 와인의 색과 향, 맛 등을 평가한다. 출품된 와인만 20개국 3천600여종에 달했고 140명의 소믈리에가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불휘농장은 포도 수확, 나만의 와인 만들기, 와인 족욕, 천연염색 등 팜스테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와인바에서는 농장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시나브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시나브로 컬트 스위트'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5 한국와인베스트셀렉션'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국산 캠벨 100%로 만든 이 와인은 보랏빛에 가까운 레드 와인으로 풍부한 포도향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100여종의 토종와인 가운데 최고의 상을 수상하며 불휘농장은 국내 와이너리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나브로 화이트 와인'은 금상, '시나브로 컬트 드라이'는 동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와인품평회에서 금상(로제 와인, 레드 드라이 와인)과 은상(레드 스위트 와인)을, 한국와인베스트셀렉션에서 화이트 와인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 운명처럼 시작된 와이너리

대전이 고향인 이근용(57) 대표가 영동에 정착해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산이 있는 영동을 지나다 평화로운 심천지역을 발견하고 퇴직 이후를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인근에 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대표는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귀농을 실천하기에 이른다.

갑작스런 결행에 가족들은 어리둥절했다. 아내 이성옥(58) 팀장은 "남편의 선택을 응원했지만 영동에 터를 잡고 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콩도 심고 고구마도 심고 오만가지를 다 심었어요. 남편 혼자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작황은 고만고만했지요. 문제는 1차 농산물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했다는 거예요. 그런 모습이 딱해보였는지 이웃 어르신께서 포도밭을 사라고 권했죠.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포도이고, 좋은 밭이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매입했습니다."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2년이 흘렀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깊은 수렁에 빠진 느낌이었다. 그 때, 영동군에서 와인산업 특구 조성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와인은 이근용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불휘농장은 포도 수확, 나만의 와인 만들기, 와인 족욕, 천연염색 등 팜스테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와인바에서는 농장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시나브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2009년 지금의 집터를 구해 영동으로 온 가족이 이주한 이후 2010년 와인 가공을 시작했다. 당시 영동대 와인발효학과(현 발효음료서비스학과) 교수를 찾아가 직접 제조한 화이트 와인의 테스트를 부탁했다.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전문가의 호평을 받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내친김에 2011년 양조 면허를 획득하고, 영업 허가까지 받았다.

# 체험과 교육이 결합된 농장

불휘농장의 실험은 양조에서 머물지 않았다.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도입해 사람들을 농장으로 불러모았다.

이근용 대표는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해 양조를 담당하고 아내인 이성옥 팀장은 농촌체험지도사와 교육농장 교사를 수료한 후 체험과 교육을 담당했다. 그렇게 2013년 불휘농장은 와인 체험 농가로 거듭난다.

불휘농장은 포도 수확, 나만의 와인 만들기, 와인 족욕, 천연염색 등 팜스테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와인바에서는 농장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시나브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포도 수확기에는 직접 포도를 따고, 나만의 와인을 만들어보는 체험을 만들었다.

시나브로 와인을 섞은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보는 와인족욕과 포도껍질을 이용한 천연염색도 인기다.

와인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족욕체험기에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 2리터를 붓고 와인 500㎖를 넣어 발을 담그면 된다.

불휘농장의 대표 체험으로 자리 잡은 또 한 가지를 꼽으라면 뱅쇼(Vin Chaud) 체험이 있다.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뱅쇼는 와인에 계피, 정향, 각종 과일 등을 넣어 알코올이 날아갈 때까지 끓여 따뜻하게 마시는 유럽식 쌍화차를 말한다.

뱅쇼체험을 통해 체험객들은 와인의 종류와 특징을 배우고 겨울철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음료를 만들어 시음한다.

가족단위 체험객을 위해 게스트룸과 카라반을 갖추었고, 대규모 체험객을 위해서는 인근에 위치한 난계국악기체험촌의 숙박시설을 연계해 1박2일 팜스테이도 운영하고 있다.

사랑채를 개조해 만든 와인바에서는 불휘농장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시나브로 와인을 직접 맛볼 수 있다.

불휘농장은 포도 수확, 나만의 와인 만들기, 와인 족욕, 천연염색 등 팜스테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와인바에서는 농장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시나브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 2세 경영 위한 끊임없는 도전

지난해 불휘농장은 농촌 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을 받았다. 잇단 수상으로 만족할만도 한데 이근용 대표는 여전히 실험중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품종의 포도라도 영동의 토양과 기후에 맞지 않으면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없어요.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소량 재배해 양조를 해보는 이유입니다."

불휘농장에서 양조용으로 재배하는 포도 품종은 10여 가지에 이른다. 한 가지 품종이라도 레드 와인, 스위트 와인, 드라이 와인으로 나뉘고 브랜딩을 할 수도 있으니 경우의 수는 더 다양하다.

가장 큰 숙제는 값싼 해외 브랜드를 제치고 토종와인으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이다. 이런 고민 속에 와인 제조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생식용 캠벨의 경우 와인전용 포도에 비해 맛이 가볍고 심심하고 색도 옅기 때문에 이탈리아처럼 포도의 수분을 말리는 아마로네 방식을 적용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영동 심천지역은 공기중 수분이 많아 포도가 건조되기 전에 부패하기 일쑤였다. 철저하게 지역의 기후조건을 고려해야 했다. 그러다 포도를 따지 않고 나무에서 적당하게 건조하는 방식을 찾게 됐고, 이렇게 캠벨의 단점을 보완해 컬트 스위트가 탄생했다. 수율은 50% 밖에 안됐지만 당도가 굉장히 높아 별도의 보당을 하지 않고도 포도자체만으로 와인제조가 가능했다.

이근용·이성옥 부부는 최근 아들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스파클링 와인'도 출시했다. 품질 좋은 Base 와인을 병속에서 2차 발효해 생성된 탄산을 듬뿍 머금은 탄산함유 와인이다. 부부의 꿈은 불휘농장을 곧 결혼할 아들내외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떤 품종이 와인에 적합한 지 찾으려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운데 이름 자 근(根)에서 비롯된 농장 이름처럼,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뿌리 깊은 농장, 소비자들에게 사람받는 와이너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김정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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