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창조경제팀장

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에는 지나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발자국은 정처없이 달려온 나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주의의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열정, 시련과 아픔이 담긴 것이기에 애틋함이 깃든다. 인류 역사란 삶의 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이 아닐까.

사람들은 끝없이 삶의 터전을 넓히고 확장해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에는 70억 명의 살아있는 발자국이 있다.

발자국은 언어와 소리가 되기도 하며 행동이나 몸짓의 또 다른 형태다. 도구나 형태를 통해 삶의 궤적을 웅변하기도 하며, 공간을 만들고 사랑을 빚으며 역사가 되기도 한다. 테러나 전쟁같은 처참한 현장도 만날 수 있고 정보와 산업, 그리고 문화예술의 땀과 열정도 간직하고 있다.

문화라는 어언이 라틴어인 'Cultura(경작하다)'에서 유래된 것처럼 우리의 생각을 경작하고 삶에 담으며 예술로 빚는 등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주말을 이용해 딸들과 인천으로 마실 다녀왔다. 근대개항기의 붉은 벽돌창고 건물이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아트플랫폼, 낡은 건물과 풍경으로 가득한 차이나타운, 언덕위의 골목길을 관광지로 변모시킨 동화마을을 둘러본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인천의 생생한 발자국을 보았다. 버려지고 방치되었던 곳을 문화공간, 문화콘텐츠, 문화자원으로 특화하면서 지역의 브랜드가 되고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전형이 아닐까.

다른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풍성함을 경험할 수 있고 다채롭게 느껴진다. 나와 이웃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언제나 새롭다. 그래서 설렘이 있고 기대할 수 있으며 살맛나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바로 다름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개인의 아이디어와 창의적 생각이 현실이 되고, 그것으로 세상을 바꾸며 멋과 맛과 향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도시를 가꾸는 노력도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기계로 찍어내듯이 획일적인 도시는 희망이 없다. 사람과 공간 모두가 삶의 향기로 가득하고 다이나믹하며 그 지역의 문화적 멋스러움을 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중심이 있듯이 창조경제에도 중심이 있어야 한다. 바로 '문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혁신과 융합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포켓몬 고' 성공신화 배경에는 일본의 오래된 신화와 전설을 스토리텔링화하고 문화자원화 하려는 그들의 끝없는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롯한 한국음악이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한국인의 흥겨움과 애절함의 문화적 DNA가 담겨 있지 않던가.

지역의 경우는 더더욱 문화적 사고와 역량을 강조한다. 지역 고유의 신화와 전설, 역사적 공간과 인물, 특화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공연예술을 비롯해 디자인, 문화상품, 축제, 관광자원, ICT 콘텐츠 등을 발굴해 내야 한다. 지역이라는 현장성, 특수성, 고유성 때문이고 지역의 문화원형이 갖고 있는 심미성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문화의 세계화(Glocalization)를 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문화도시 청주의 창조경제는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까. 생명문화도시라는 슬로건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브랜드가 되고 자원이 되며 삶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청주만의 문화중심을 찾아야 한다. 역사자원, 자연환경, 공간과 사람의 가치가 무엇인지 '심지'를 뽑아내야 한다. 문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산업은 단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지역을 대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경제 로드맵을 만들고 정책적인 의지를 천명해야 하며 각계각층의 참여와 협력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속에 융합의 가치도 살려야 한다.

단언컨대 청주시 창조경제의 핵심은 디지로그형 생명교육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생명문화, 생명콘텐츠로 가득한 도시이기 때문이고 생명자본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며 사람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예디자인, 영상콘텐츠, 공연예술이 조화를 이루며 창조의 세계를 견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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